[임연희의 미디어창] <119>

얼마 전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조원휘 의원은 으능정이거리에 있는 스카이로드가 혈세만 낭비하는 '돈 먹는 하마'라고 질타했다. 지난 2013년 9월 개장한 스카이로드는 운영 3년째로 건립예산 165억5,000만원 외에도 매년 10억 원씩의 운영비가 든다. 지난 8월로 하자보수 기간마저 끝나 내년부터는 연간 1억 이상의 보수비가 더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스카이로드가 애물단지가 될 것이란 건 개장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아름드리를 넘는 위협적 기둥만으로도 대전의 랜드마크가 되기에는 글렀고 빈약한 콘텐츠와 소음으로 실망을 줬다. 전국적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만 심어준 덕분에 주변상가 임대료만 몇 배 올려놨다. 어느 토론회장에서 "할 수만 있다면 톱으로 기둥을 다 잘라버리고 싶다"던 상인의 울분을 잊을 수 없다.

시의원들 행감 때마다 재탕·삼탕 지적만 할뿐 대안 없어

대전시가 165억 원이라는 적잖은 돈을 들여 스카이로드를 조성할 때는 뭐하다가 의회는 이제와 돈 먹는 하마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스카이로드는 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단골메뉴로 개장 첫 해인 지난 2014년에도 이미 여러 의원들이 소음과 콘텐츠 문제를 지적하며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했다. 행감 때마다 비슷한 지적을 재탕, 삼탕 할뿐이지 대안을 내놓는 의원은 없다.

현직 시장이 사업을 밀어붙일 때는 입 다물고 있다가 시장이 바뀌니 예산낭비라고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혈세 165억 원을 쏟아 붓기 전에 의원들이 집요하게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 막거나 계획을 수정했다면 지금의 흉물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스카이로드가 대전의 랜드마크가 돼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언론의 책임도 물론 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4D, 가상현실(VR) 등 첨단 ICT를 활용한 영상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스카이로드에서는 단순 반복영상만 계속 틀 수 없다. 개장 때 보여주지 못한 킬러콘텐츠를 지금이라도 만들면 좋겠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 모른다. 수십만 개라고 자랑하던 LED전구도 하나둘 고장 나면 관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게 뻔하다.

지금 상태로는 철거를 하는 것도 돈, 옮기는 게 가능한지 몰라도 이전설치에도 예산이 든다. 물론 그대로 두고 유지하는 데도 연간 10억 원 이상이 드니 꼼짝없이 돈 먹는 하마 신세다. 그렇다고 고철 덩어리에 시민 혈세를 언제까지 갖다 바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전시가 내놓았던 연간 489억 원의 생산효과와 208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대전시가 165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 2013년 9월 개장한 스카이로드의 조감도(사진 위)와 현재 모습.
지난해 대전시 통합부채 1조4,249억 원으로 2014년보다 1,000억 늘어

장소와 볼거리 면에서도 LED거리는 유성온천거리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으능정이에 설치한 것은 염홍철 전 시장의 공약 때문이었다. 개장 당시 은행동 상인들은 '염홍철 대전시장님 공약실천에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을 정도다. 자치단체장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한 과시용 사업에 혈안이니 예산의 방만한 집행이 이뤄지고 사업마다 장밋빛 청사진만 있을 뿐 성과분석은 없다.

스카이로드도 마찬가지다. 원도심 상권을 살려달라는 상인들의 기대만 부풀려놨을 뿐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스카이로드가 제 역할을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보지 않는다. 낭비한 시민혈세를 아까워하는 사람도, 잘못된 정책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대전시의 지난해 통합부채는 1조4,249억 원으로 2014년보다 1000억 가까이 늘었으며 재정자립도는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광주 다음으로 낮다. 하지만 단체장도, 공무원도 시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방자치가 잘 확립된 나라들은 지자체가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단체장의 임기가 끝나면 책임을 묻지 않고 공무원도 부서를 옮기면 그만이다. 타당성 없는 사업을 벌여 실패해도 엉뚱하게 시민이 책임을 지고 혈세로 손실을 메우는 꼴이다. 단체장의 과욕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 결국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데도 번번이 손 놓고 당하고 만다.

대전시의 예산낭비 사례는 비단 스카이로드뿐이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는 사업들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 안되면 감사원 감사라도 청구해 사업결정이 어떻게 이뤄졌으며 어떤 과정으로 특정업체가 공사를 수주했는지, 예산은 적절했는지, 성과는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일이다. 무리한 사업추진과 방만한 예산집행의 결과를 남겨놓지 않고선 시민 혈세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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