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안철수, 7개월만의 귀향에 남는 아쉬움

[디트의눈] 소통 부족 드러낸 반나절 천안 방문

류재민 기자2016.11.23 10:37:24

▲22일 충남 수부도시이자 자신의 '마음의 고향'인 천안을 7개월 만에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하지만 그는 이날 시민들이나 언론과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남도당 이전 개소식에 참석한 안 전 대표와 당원들 모습)

"제 첫 직장이 단국대 천안캠퍼스였습니다." 지난 4월 8일,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충남의 수부도시 천안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첫마디였다. 그날은 사전투표 첫날이기도 했다.

당시 상임공동대표였던 그는 천안 지역구 3곳에 출마한 후보자 합동유세에서 이렇게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천안시민 여러분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짓는 선거입니다. 이번 총선은 낡은 것을 그대로 둘 건지, 새로운 것으로 바꿀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총선 때 불었던 ‘安風’, 그 후 7개월의 현주소

그의 호소 덕분이었는지 녹색바람은 충남을 강타했다. 지역구 당선자는 배출하지 못했지만, 23%라는 경이적인 정당지지도를 얻었다. 국민의당 충남도당은 지난 3월 19일 창당했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던 때였다. 구심점이 없다보니 창당행사도 천안이 아닌, 당진에서 겨우 치렀을 정도다.

'호남 자민련'이란 조소와 무관심, 신생 정당의 한계를 예상했던 두 거대 정당은 순식간에 불어온 '안풍(安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 전 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곧장 천안으로 달려왔다. 시장 통 상인들과 지나는 시민들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 뒤인 4월 21일의 일이다.

그가 천안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 7개월 만인 지난 22일이다. 반년도 훌쩍 넘어 만 7개월 만에야 그는 충남의 수부도시를 찾았다. 그리고 전에 한 말을 되새김했다.

"제 첫 직장이 단국대 천안캠퍼스였습니다. 바로 다음은 대전의 카이스트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대전, 충남은 정말로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여러 번 기회를 통해서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이날 그의 일정은 이랬다. 오후 1시 10분 천안터미널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상명대 특강(오후 2시), 여성위원회 충남 워크숍(오후 3시 40분), 충남도당 사무소 이전 개소식(오후 4시30분). 오랜만에 찾은 '마음의 고향'에서 오후를 보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장시간 '내 고향'에 머물다 갔음에도 내겐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바로 '소통'이란 부분 때문이다. 일정표를 다시 살펴보자. 터미널 광장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한 그는 상명대 특강을 위해 1시 40분 자리를 떴다. 상명대에서는 가장 긴 시간(1시간40분)을 할애했지만, 이 대학 학생 대다수의 '고향'은 천안이 아닌 서울과 수도권이다.

여성위원회 워크숍과 도당 사무소 개소식이 정당 행사란 점을 감안하면, 그가 온전히 시민들과 소통했던 시간은 터미널 광장에서의 30분이 전부다. 다시 말해 이날 그는 천안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마음의 고향'에서 보낸 오후, 소통은 없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시민들과 온전히 소통했던 시간은 천안터미널 광장에서의 30분이 전부다. 그는 천안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조규선 충남도당위원장 페이스북)

그는 또 이날 취재에 나선 지역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사전에 얘기가 없었으니 공보 담당자와 얘기하라. 중앙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피했다. 과연 그럴까.

당장 국회만 보더라도 안 전 대표가 나타나면 출입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플래시를 터뜨리고, 휴대폰 녹음장치를 작동시키며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사전에 얘기되지 않은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최대한 친절히 대답하려는 그의 모습을 난 숱하게 봤다.

상명대 특강을 30분만이라도 줄여 기자들과 티타임이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취재를 못한 데 대한 몽니가 아니다. 첫 직장을 다녔던 때나, 지원유세차 잠시 들렀던 총선 때와 비교해 현재의 지역사정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면 기자들과도 소통했어야 한다. 그는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언론과의 스킨십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건 충남도당 역시 마찬가지다. 충남도당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당세 확장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총선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중앙당 차원의 지원은 열악했다. 그럼에도 부단히 당원을 늘렸고, 사무소도 확장했다.

하면 이번 일정이 잡혔을 때 안 전 대표 측과 미리 협의해 지역 언론과의 자리를 마련했어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둔 지역의 로드맵이나 도당 지원계획, 충청대망론 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 등 도당과 지역 정치지형에 대한 입장을 묻고 들을만한 전략적 이벤트를 기획했어야 한다.

안 전 대표의 이날 상명대 특강과 여성위원회 워크숍, 충남도당 사무실 개소식 연설 내용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이 바로 설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국민의당이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정리된다. 그 얘기를 하려고 반나절을 소모했다.

그마저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에 그의 '마음의 고향'에서는 그가 다녀간 줄 모르는 시민들이 수두룩하다. 7개월만의 귀향, 안철수는 천안과 소통하지 못했다. 11월 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 국민의당 충청권 지지도는 12.9%다. 충남을 기준으로 7개월 새 10%p 넘게 빠졌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맨 위로




시민방송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