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15>혈액순환 원리

의학 지식은 인체의 실제 해부 구조를 밝혔던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를 통해 보다 상세하게 드러난 후, 점차 인간의 장기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원활한 생리적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베살리우스의 후계자였던 레알도 콜롬보(1516-1550)가 혈액이 폐에 산소를 공급한다는 이론과 함께 심장의 심실과 심방 사이의 벽에는 이를 연결하는 아무런 구멍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입증과 함께 마침내 혈액순환의 체계가 이해되기 시작했고, 이어 제로니모 파브리키우스(1537-1619)가 심장 아래쪽 신체부위들 조차 심장을 향해 피가 흐르고, 역류되지 못하도록 하는 정맥 판막이 존재함을 밝혔다. 마침내 그의 제자인 윌리엄 하비(1578-1657)가 여기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어 혈액순환의 비밀을 풀어냈다.

혈액순환의 원리를 밝힌 윌리엄 하비는 런던의 세인트 바톨로뮤 병원에서 근무했던 1616년 “혈액이 마치 2개의 펌프로 길어 올린 물처럼 끊임없이 폐를 거쳐 대동맥으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 심장에서부터다. 동물 실험에서 봉합사를 심장에 넣어보면 혈액이 동맥에서 정맥방향으로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1628년 그의 저서에서 팔다리의 한쪽을 동여매면 그 지점 위쪽 동맥과 아래쪽 정맥이 부푸는데 이것은 동맥은 심장에서 바깥쪽으로, 정맥은 심장 안쪽으로 혈액을 운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 그림의 실험은 정맥이 뚜렷하게 보이는 건강한 남자에게 원통형 막대를 세게 쥐게 한 뒤 혈액이 심장을 향해 정맥내의 판막들 사이로 흘러가는 것을 증명하였고, 이를 통해 인체 혈액순환의 기본원리를 밝혔다.

그는 제임스 1세와 찰스 1세의 시의를 거쳐, 옥스포드 대학의 머턴 칼리지 학장과 왕립의대 총장을 역임했다.

당시 의학계의 지도자였던 윌리엄 오슬러경은 윌리엄 하비를 “그의 업적은 무지했던 옛 전통에서 현대적인 길로의 전환을 나타내며 72쪽짜리 학술논문을 통해 자기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 최초로 심장과 혈액 순환의 원리에 대한 생리학적 문제를 경험적으로 해석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의 무지(無知)에서 단순히 듣기만 하던 청중의 시대는 이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에만 만족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뇌의 도구로서 사유(思惟)하고 조언하고 계획하는 손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격찬했다.

아래 그림은 암스테르담의 외과의사조합이 화가 렘브란트에게 주문한 ‘튤프 박사의 해부’로, 사체 왼손의 해부모양으로 보아 인체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던 렘브란트가 직접 관찰하며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만큼이나 인체구조에 흥미를 갖고, 잘 알고,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