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의 지략

여불위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던 상인이었으므로 7국에 대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진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거상이 된 것도 그만한 안목이 있어서였다.

진나라는 태자가 건강이 좋지 않아 늘 우환에 휩싸여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늘 병약하여 왕실은 후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진나라의 태자가 죽게 된다면 소양왕의 둘째 아들인 안국군이 태자가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20여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자초도 그중의 한사람이었다. 서열이야 어떻든 자초는 자연스럽게 태자의 아들이 된다는 점을 꿰뚫고 있었다. 여불위는 속으로 그렇게만 된다면 자초를 태자에 올릴 좋은 방책이 생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해 볼만 한 일이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국군은 숱한 부인들이 있었지만 정부인인 화양부인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요구라면 무슨 일이라도 들어주고 싶었다. 그의 손끝 가는 것, 몸놀림, 말투한마디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늘 그녀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다.

스스로 그녀의 품에서 놀기만을 갈망했다. 태자가 되지 않아도 좋았다. 왕위 같은 것은 관심에도 없었다. 오로지 화양부인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때문에 부인의 말에 따라 후계자가 정해질 것이라고 여불위는 짐작했다. 화양부인의 마음만 산다면 안국군이 왕위를 계승한 뒤 자초가 태자가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불위는 즉시 진나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화양부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를 수소문했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남동생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누구보다 언니와 자별하게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양부인은 수시로 언니를 궁으로 불러들여 모든 것을 의논한다는 것이었다.

대단한 정보였다. 여불위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는 중간에 사람을 넣어 화양부인의 언니인 홍나부인을 만났다.

그는 오백 금으로 두보따리의 금은보화를 구입하여 이를 홍나부인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그 가운데 한 보따리를 헤쳐 본 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렇게 많은, 진귀한 보물을 …….”

그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재물은 부인께서 갖도록 하시고 다른 재물은 화양부인께 꼭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여불위는 부리부리한 눈을 내리깔고 조용하게 읊조리듯이 말했다.

“그러면요. 전해야지요.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홍나부인은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여불위와 보물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약조를 한 것입니다.”
“물론이지요.”

홍나부인은 흥분하여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진귀한 보석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자신의 가슴팍에 대보기도 하며 좌불안석이었다. 부산스러울 지경이었다. 여불위는 다시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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