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의 팔자 고치는 좌우명] <5> 한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겨라

LG그룹의 구인회(具仁會) 회장은 1907년 8월 27일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내리에서 태어났다. 홍문관 시독관(侍讀官)이었던 할아버지 구연호(具然鎬) 밑에서 한학을 익히다가,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하여 3학년에 중퇴하고,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여 2년을 수료 후 귀향하였다. 이후 지수협동조합(智水協同組合) 이사로 취임하였고, 1932년 포목 상점인 구인회상점을 열면서 사업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철학박사·중화서당 원장
그는 유교적 가풍이 철저한 집안에서 탄생하였다. 그래서 조상을 극진히 받들고, 또한 형제간에 우애를 중시하며, 대인관계에서는 믿음을 중시하였다. 사업스타일 역시 신뢰를 중시하는 인간중심의 경영을 하였다. 그의 이러한 생활태도는 그의 타고난 사주에서 근원한 것이다.

사주 상에서 볼 때, 그는 병화(丙火)로 태양의 기질을 가졌다. 태양은 하늘 위의 불로 높은 이상을 가지며, 또한 정열과 순수함을 머금고 있다. 그런데 그의 태양 불은 아직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불을 낳는 목(木)이나 불 그 자체를 보충하여야 한다. 초창기에 포목사업을 시작한 것은 목을 따른 것이고, 나중에 화학과 전선 및 전자제품 등의 업종으로 기업을 일으킨 것은 화를 따른 것이다.

전선이나 전자는 전깃불과 관련이 있으므로 화에 속한다. 특히 전자제품에 더 심혈을 기울인 덕에 LG전자는 오늘날에 와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을 하였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 역시 화를 추구하므로 양대 기업이 모두 전자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구인회 회장의 좌우명
구인회 회장의 좌우명은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겨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신뢰를 중시하는 그의 삶의 태도를 잘 간파할 수 있다. 이 말은 『명심보감』의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사람을 쓰거든 의심하지 말라[疑人莫用 用人莫疑]”의 구절에서 나왔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라’고 한 말은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히 하기를 권하는 말이고, ‘쓰면 의심하지 말라’고 한 말은 일단 채용한 사람은 전폭적으로 신뢰하기를 권하는 말이다.

큰 조직을 운영하자면 배신할 사람을 미리 가려내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왕에 함께 하기로 한 사람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태도다. 사람은 누구로부터 신뢰를 받으면, 신이 나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게 된다. 남을 믿어주는 것은 군자의 최고 용인술이다. 서로가 생사를 함께 하기로 한다면, 무슨 장애인들 헤쳐 나가지 못하랴.

구인회 회장은 좌우명의 말처럼 신뢰를 중시했다. 허만정과 동업으로 락희화학을 창업하였는데, 이 회사의 발전에 힘입어 전자회사인 금성사를 세우게 되었다. 나중에 이 회사들이 합병됨으로써 LG그룹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한 번의 다툼도 없었다. 이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동업의 끝은 다툼’이란 속설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 2004년에 이르러서 처음 출자한 지분에 따라 순리적으로 양 가문은 각각 독립하였다. 여기서 본다면, 구인회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신뢰를 중시하는 그의 좌우명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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