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부인의 눈물

좁은 어깨를 자잘하게 떨며 울음소리가 겨우 방문 밖으로 새어날 정도로 슬피 울었다. 여린 아녀자의 애끊는 심정이 녹아 있는 울음이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듯 하면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밤의 분위기와 사뭇 어울리며 애절함이 뼈에 사무쳤다.

안국군은 느린 걸음으로 화양부인을 찾고 있었다. 오늘 만큼은 조용한 기분으로 그녀를 맞고 싶었다. 아랫것을 물리고 조심스럽게 화양부인의 처소에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처소에서 애간장을 녹이는 그녀의 울음이 참으로 슬피 새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국군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방으로 뛰어들었다.

“부인, 무슨 연유로 이리도 슬피 우시는 게요?”

하지만 부인은 대답도 없이 어깨를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 불빛에 번들거렸다. 그녀는 안국군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더욱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무슨 연유인지 말해보시오. 부인께서 그토록 슬피 우시니 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소이다.”

그러자 화양부인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명주조각으로 훔치며 입을 무겁게 열었다.

“내 신세가 너무나 딱하여 우는 것이옵니다.”

“무엇이 그리 딱하다고 하십니까?”

안국군은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 한참을 울고 난 부인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태자마마께옵서 건강이 좋지 않으시니 변고가 생기시면 대군께옵서 태자에 책봉될 것이옵니다.”

“그래도 그런 말을 함부로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아직 태자마마께옵서 생존해 계시는데.”

안국군은 주위를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입에 담기 어려우나 그래도 얼마지 않아 닥쳐올 일이 아니옵니까? 대군께서 태자에 책봉되시고 아바마마께옵서 붕어하시면 뒤를 이어 보위에 오르실 것이옵니다.”

“허허참 말씀을 삼가세요. 누가 듣습니다.”

안국군은 더욱 난처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야 더없이…….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는 게요?”

“그래서 슬피 우는 겁니다. 소첩에게는 소생이 없사오니 다른 공자가 태자로 책봉될 것이고 그러다 대군께서 먼저 가시기라도 한다면 소첩은 갈 곳을 잃고 말 것 이옵니다. 누구를 믿고 의지하겠나이까?”

화양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충분히 낙담할 만했다. 안국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부인에게 자식이 없으니 만약 왕위에 오른 뒤 태자를 삼는다면 다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을 올려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안국군은 화양부인의 처지를 염려하다 울고 있던 부인을 끌어안으며 방도를 내놓았다.

“부인께서 그리도 낙담이 되신다면 믿을만한 왕손을 양자로 삼으면 될 것 아니겠소?”

화양부인이 그제야 울음을 멈추며 안국군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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