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부인의 청

“대군께서 양자를 삼아주시겠나이까?”

“그럼요. 부인께서 기뻐하신다면 내 무슨 일인들 못하겠소?”

“그럼 소첩이 원하는 왕손을 양자로 삼아주신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렇다마다요. 그 일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누구라도 눈여겨 둔 왕손이 있다면 양자로 들여 드리겠소이다.”

화양부인은 눈물을 감추고 안국군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이 눈에 보였다. 부인은 안국군의 품속을 파고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자초왕손이 그리도 대군과 소첩을 사모하고 있다하옵니다. 그를 양자로 삼아주신다면 그 은혜 잊지 않겠나이다.”

“자초를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자초가 사람됨이 올곧고 효성이 지극하다하니 그를 양자로 들여 주시옵소서.”

자초는 자신의 아들이므로 화양부인의 양자로 삼는 것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조나라에 볼모로 보냈으니 아비로서 가슴이 아픈 처지였다. 자초가 조나라에 건너간 뒤 도리어 함양궁에서 보다 더 폭넓은 사교를 하며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달리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 하시구려. 내 자초에게 전갈을 넣어 부인의 양자로 삼도록 하겠소이다. 이제 근심을 거두시오.”

안국군은 그 자리에서 부인의 청을 거두어들였다.

“감사하옵니다. 대군께서 소첩의 청을 거두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화양부인은 더욱 깊이 안국군의 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이제 됐소?”

안국군은 부인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한 가지 청이 더 있사온데.”

“무슨 청이오. 말해보시오.”

“오늘 하신 약조를 신표로 만들어주신다면 이 어미가 자초에게 전하겠사옵니다.” 

안국군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 즉시 자신이 옆구리에 차고 있던 옥벽을 반으로 나누어 주었다. 아울러 화양부인에게 자초를 입적시킨다는 첩지도 잊지 않았다. 화양부인은 그날 밤 안국군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그녀는 평소에도 남달리 안국군을 모셨지만 그날은 입에 혀처럼 굴면서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자식을 얻으니 그리 좋소?”

“그럼요 대군마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에 있으며 더 큰 은혜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이오니까?”

화양부인은 반듯하게 누워있는 안국군의 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그녀는 우선 산그늘처럼 넓은 대군의 가슴에 뜨거운 기운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거칠게 솟구치는 기운을 감아쥐었다. 일순간에 화산이 폭발할 듯 지축이 흔들렸다.

“부인이 이토록 기뻐하시니 내 기분도 좋구려....”

대군은 그녀의 손놀림에 탄복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끝없는 갈증만이 목젖을 짓눌렀다. 대군은 생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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