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교육의 중심 추는 교실에 두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이며 모든 교육정책과 집행은 이들이 보다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최선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책과 집행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교실보다는 학교에, 학교보다는 교육청에 더 많은 권력과 무게의 중심추가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교사들의 의견은 무시되거나 아니면 요식행위로 여겨질 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대부분의 교육정책이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어 왔다. 최근의 자유학기제, 융합인재교육(STEAM)은 말할 것도 없고 기왕의 교과교실제, 교원능력개발평가, 초빙교사제 등 굵직한 교육정책들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편향되거나 요식행위에 불과하여 교사들의 호응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육 현장과 엇갈리는 정책과 집행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도움은 되지 않으면서 국민의 세금만 낭비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더욱이 점점 업무만 많아지면서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과중한 잡무에 시달리게 된다. 게다가 자신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고, 효과마저 의심되는 교육정책의 집행에 열심히 협조할 리가 만무하다. 

오늘날 공공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협치’란 개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관료적인 행정을 탈피하기 위해 선진 국가에서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행정에 참여시켜 주민들의 의사를 원활하게 반영하려는 것이다. 교육에서의 협치 대상은 뭐니 뭐니 해도 교사들이다. 물론 또 다른 교육주체인 학부모와 학생도 대상이지만 그래도 교육현장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들은 교사들이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같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책의 수립에 평교사들로 이루어진 각종 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에 있어서도 점검과 평가를 평교사들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사안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도 참여해야 한다.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나올 법하지만 더디 가더라도 더불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협치의 대상에는 교원단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원노조와는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교총과도 협의권이 보장되어 있다. 이런 단체교섭과 협의는 교사 집단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교원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는 평교사 집단의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제시되는데, 이들의 비판에 관료 계층은 날선 대응으로 맞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와 집행자도 협치를 통해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계획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에 보다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재능을 스스로 끄집어내면서 성장해간다. 교육은 이 성장을 돕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 교사들의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가 아이들이 보다 잘 자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협력과 공동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중시하게 된다. 경쟁만이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과정보다는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형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교사들이 단지 교실 안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져야 하며, 동료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육정책 입안자들과 집행자들에게 협치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교사들이 때로는 머리띠를 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협치’를 위한 교원단체들의 역할과 사명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