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사업보다 민간투자사업이 먼저’ 이상한 논리

대전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 전경. 자료사진

대전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치구 국비확보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의 진원지는 한 해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전의 대표적 가족형 역사공원인 뿌리공원이다. 

대전 중구는 협소한 뿌리공원을 확장하고 유스호스텔과 수변산책로 등을 건설해 명실상부한 ‘효문화 뿌리마을’로 조성하겠다며 333억 원 규모 국비사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대전시가 민간투자유치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국비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나섰다.

대전 중구에 따르면 구는 보문산 서측 행평근린공원 내인 중구 사정동 산 65-3번지 일원 12만 478㎡ 부지에 ‘효문화 뿌리마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곳은 현 뿌리공원에서 유등천 만성보 건너편 쪽 산자락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현 뿌리공원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100여개 문중이 성씨조형물 건립을 기다리고 있는 등 ‘제2 뿌리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사업추진의 동력이 됐다. 구는 여기에 유스호스텔, 가족놀이터, 수변산책로와 연결도로, 주차장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333억 원으로 국비 134억 원과 지방비 19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업계획은 지난 6월 확정됐다.

앞서 중구는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시행한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공모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문광부는 1년여 기간 동안 관광문화연구원 등 외주용역을 거쳐 중구가 제출한 ‘효문화 뿌리마을 조성사업’을 공모사업으로 선정했다.

중구는 공모사업 선정을 크게 반겼다. 박용갑 중구청장이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는 효문화 관련 사업이 국비사업에 선정된 자체가 큰 경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 대전시 공원관련 주무부서인 공원녹지과가 돌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원개발사업의 전권을 대전시가 쥐고 있는데 중구가 구체적인 협의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제동을 건 핵심 이유였다. 

‘공원개발 사업이 시장 권한이지 구청장 권한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대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반대 이유는 또 있다. 대전시는 중구가 추진 중인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 예정지역에 민간투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해 자치구가 확보한 공익목적의 국비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명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대전시가 추진할 예정인 민간투자사업은 아직 윤곽조차 그려지지 않은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는 초보단계의 민간투자사업 구상을 지금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다만, 대전 꿈돌이랜드가 폐장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청소년 놀이시설을 ‘효문화 뿌리마을’ 예정 지역에 설치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중구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민간투자사업이 공익목적의 국비사업을 대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대전시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내년 사업 착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라며 “공익목적의 공원조성이란 대승적 관점에서 시가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시행’을 수용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중구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추진 불가”란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유스호스텔 건립 등 중구 구상과 중복되는 부분은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민간투자사업 제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사업추진을 유보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확보 사업을 유보시켰다는 점에서 상수도 민영화 논란의 재판’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공익사업 대 민간투자 사업의 대결이란 구도로 보면, 상수도 민영화 논란과 매우 흡사한 구조”라며 “대전시가 국비확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반기고, 스스로 주체가 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도 모자란 마당에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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