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로 책봉된 자초

허파꽈리가 활짝 열릴 때까지 힘차게 걸음을 내질렀다. 산은 가파르고 험했으므로 여느 날과 달랐다. 부인은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고지를 향해 노를 휘저었다. 온몸에 있는 땀구멍이 일시에 열리는 듯 열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몇 천도의 용광로가 쏟아진 느낌이었다.

온몸이 녹아 내렸다. 심장은 물론이고 머리카락 끝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녹아내린 감이었다. 그제야 속이 시원했다.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던 가슴이 일순간에 뚫리는 기분이었다. 답답하게 둘러쳐져 있던 휘장이 거친 바람을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대군도 겨우 살아온 듯 길게 숨을 토하며 벌렁 몸을 누였다. 온몸이 땀으로 얼룩졌다. 모든 것이 나른했다. 황촛불은 그렇게 밤을 태우고 있었다. 안국군은 늦은 아침에야 그녀의 품에서 잠을 깼다.

다음날 화양부인은 안국군에게 신표로 받은 반쪽 옥벽과 첩지를 여불위에게 전했다. 여불위는 그것을 신주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조나라로 돌아가 자초를 만날 날만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여불위의 말처럼 얼마지 않아 병석에 누워있던 태자가 죽고 안국군이 태자에 책봉되었다. 여불위는 더 미룰 것이 없었다. 그길로 조나라 수도 한단으로 달려가 자초를 만났다.

“기뻐하십시오. 태자마마와 화양부인께서 자초님을 양자 삼기로 약조 하셨사옵니다. 그리니 태자마마께옵서 왕위에 즉위하시면 자초님께서 태자에 책봉되시는 것입니다.”

“그 말이 정말이요. 믿기지 않는구려.”

자초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들어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어떻게 태자가 된단 말인가. 20여명에 달하는 왕자들이 있는데 그들을 제치고 어떻게 자신이 태자에 오른단 말인가. 곱씹어 보아도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분하게 말했다.

“내가 어찌 태자에 오른단 말이오?”

“왜 안된다는 말입니까. 태자마마께옵서 왕위에 오르시면 누굴 태자에 책봉하겠습니까? 화양부인의 자제이신 자초나리 말고 누가 또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편으로 여불위가 자신을 화양부인의 양자로 삼게 한 것을 보면 그 일도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믿으셔도 됩니다. 저에게 분명히 약조를 하셨사옵니다. 여기 있는 반쪽 옥벽이 그 징표이옵니다. 안국군 태자마마께옵서 몸에 지니고 계시던 옥벽이옵니다.”

여불위는 첩지에 곱게 싼 반쪽 옥벽을 자초 앞에 내밀었다.

“이것이 아버님의 옥벽이란 말이지요.”

자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절을 부여잡고 진나라가 있는 곳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더없이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볼모로 와있는 자신이 차기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서열에 올랐다는 것이 아닌가.

자초는 옥벽조각을 고이 내려놓고 첩지를 폈다. 그곳에는 아버지 안국태자의 편지글이 적혀 있었다.

“아비인 나는 너 자초를 화양부인의 양자로 삼노라. 그러니 앞으로 화양부인을 친 어머니로 모시고 친자식으로서의 도를 다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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