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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에 갇힌 역사

[기고] 남동현 한밭역사교사모임 회장(대전복수고 교사)

남동현2016.12.05 10:06:52

11월 28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검토본이 공개되었다. 예상 밖의 길을 걸었고 예상 이하의 결과물이 나왔다. 시작은 북침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전쟁을 북침이라 응답했다고 했다. 그 보도를 듣고 나도 수업시간에 물어봤다. “한국전쟁은 대한민국이 일으킨 것이지요?” 모두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능 필수화를 결정했다.

▲남동현 한밭역사교사모임 회장(대전복수고 교사)

해방 공간에서 민족 대 반민족의 구도를 찬탁과 반탁으로 만들어 놓은 모스크바 3상회의 동아일보 오보 사건이 떠올랐다. 이어 뉴라이트 발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다. 교사와 역사학자들이 빨간 펜이 되어 밑줄을 그어 줄 정도로 오류가 많았다. 교학사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뉴라이트는 이 마저도 공정한 시장 경제가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들고 나왔다. 지난 해 11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날은 학생의 날이었다. 1929년 11월 3일 시작된 광주학생항일운동의 격문에 ‘식민지적 노예 교육 제도를 철폐하라’가 있었다.  

현행 검정 교과서는 좌편향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예상했지만 예상 밖의 말들이 쏟아졌다.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이 나오는 페이지를 읽어 보라고 했다. “좋은 건가요?”, “아니요”. 주체사상을 가르치면 좌편향된 교사라 단정 짓는다.

주체사상이 교과서에 어떻게 서술이 되어 있는지 봤는지 의문이다. 주체사상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 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혹시 내가 주체사상은 아주 좋은 거야 이렇게 가르칠까봐 우려를 하시는가? 삼국시대와 고려의 불교를 배운다고 학생들의 대학이 승과대학으로 바뀌지 않는다. 창씨개명을 배운다고 학생들이 정말 이름을 고친다고 생각하는지...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서술내용도 문제지만 어렵고 학습량 많아

11월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예상 이하의 결과물이었다. 읽을수록 혼이 나가거나 혼이 비정상이 된다. 서술된 내용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학습량이 너무 많다. 검정교과서에 비해 쪽수는 줄었는데 2단 편집이어서 실제 분량은 최소 1.5배 늘었다. 내용도 더 어려워졌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혼이 나게 생겼다.

역사교육은 중학교에서 뼈대를 세우고 고등학교에서 살을 붙인다. 국정교과서는 중학교 역사부터 심각한 비만이다. 중등역사는 고등 수준이고 고등한국사는 대학생을 위한 개설서에 가깝다. 내용만 많다.

국정교과서를 계속 거부하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온다고 한다. 그러나 그 혼란의 원인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현장이 아니다. 역사를 통해 해석의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를 배워야 하는데 국정교과서는 시작부터 이미 다양성의 시대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만 하시라. 케이크는 잘 준비하셨지만 젯상에만 올리시라. 학교는 특정인의 효도를 위한 제단이 아니다. 아이들이 배울 역사에 대한 해석을 독점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시라. 이미 언론을 장악하지 않았는가. 언론은 현재를 틀어쥐는 힘이다. 교육은 미래를 예측하게 해준다. 역사교과서는 과거와 미래가 얽혀 있다.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배우고 다양성을 배우는 것을 당신들이 매우 위험하게 생각한다는 것, 이해한다. 이해는 하지만 고개는 숙일 수 없다. 역사는 더디게라도 간다.

교육현장에 국정은 많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야간자율학습과 두발, 복장에 대한 강제 규정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감추려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국가가 정하고 학교가 정한 틀에서 신음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가 아니어도 학생들은 숨이 막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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