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21>

대전시교육청과 산하 동·서부교육지원청이 특정업체에 인쇄물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반신반의하며 교육청에 2012년부터 최근까지의 인쇄물 계약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결과를 받아보니 대전교육청의 5년간 인쇄물 수의계약 총액은 35억 원이었으며 3개 업체가 50%가 넘는 18억 원 가까이를 수주했다. 동부교육청은 52.4%, 서부교육청은 64.4%를 이들 업체와 수의계약 했다.

대전교육청 및 동·서부교육청 5년간 경쟁입찰 한 건도 없어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첫 번째 놀란 것은 수의계약 액수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대전교육청은 연간 7억~8억 원을, 지역교육청도 연 1억~2억 원을 특정업체하고만 거래했다. 더 놀라운 것은 교육청이 발주 인쇄물 전체를 수의계약 한다는 점이었다. 본청은 물론 지역교육청도 지난 5년간 인쇄물의 공개경쟁입찰이 한 건도 없었다. 어떤 업체는 한 해 대전교육청에서만 2억 원을 수의로 가져갔다. 다른 업체는 지역교육청이 올해 발주한 9건의 인쇄물 중 6건을 독식했다.

대전교육청의 인쇄물 현황을 보고 또 한 번 놀란 것은 발주금액이 수의로 하기엔 많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르면 수의계약 한도가 2000만원 이하여서 교육청의 수의계약 자체가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교육청 인쇄물 가운데 '계약금액 1955만원' 식으로 수의계약 제한선인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같은 인쇄물도 올해는 전년보다 100만~200만원씩 금액이 높아졌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대전에만 800개 정도의 인쇄업체가 있다. 대형업체도 있지만 직원도 못 두고 홀로 꾸려가는 1인 기업들도 많단다. 그런데 800개나 되는 인쇄소 중 3곳이 교육청 물량의 50~70%를 수주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업자들 사이에서는 교육청 인쇄물이 일반 업체는 손도 못 댈 만큼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일감만 준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납품하겠다고 했다.

간혹 급히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교육청 인쇄 현황을 살펴보면 자료집과 문제지, 보고서 등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발주되었다. 100만~200만원도 아니고 건당 2000만원 가까이 되는 인쇄물을 경쟁입찰에 부치면 금액이 훨씬 저렴해질 텐데 대전교육청은 왜 수의계약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혈세낭비는 물론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사면서 말이다.

수의계약 관행 개선하고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중단해야

우리 사회에서 관행이라는 말은 불법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많이 쓰인다. 특히 공무원들은 "관행이었다"는 말로 책임을 희석시키곤 한다. 교육청 직원들은 전임자가 발주하던 업체에 관행적으로 인쇄물을 수의계약 했다고 말하는데 시민이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껴 쓰지 않은 과실이 크다. 나쁜 관행을 끊지 않고 답습하는 것은 부정부패의 온상을 키워온 공범이나 다름없다.

인쇄물 전체를 수의계약 하는 게 관행이라면 개선이 시급하고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성 일감 몰아주기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교육재정이 열악하다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부조리한 관행을 고쳐 세금을 절약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급식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마당에 인쇄물까지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 대전교육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횡포와 만행이 된 관행, 지금이 끊을 기회다.

2012~2016년 대전시교육청의 인쇄 수의계약 현황. 5년간 3개업체와 50.2%를 수의계약했다.

2012~2016년 대전동서부교육지원청의 인쇄 수의계약현황. 3개 업체와 52.4%~64.4%를 수의계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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