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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 대통령 버리면 배신인가?

[김학용 칼럼] 역사의 현장 속에 있는 국회의원들

김학용 주필2016.12.08 14:57:59

나를 도와주고 편을 들어주던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같은 편이었던 사람들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을 요구하는 야당을 향해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충성파도 아직 있다. 

대통령과 의리를 지키려는 사람들

이 정도는 아니어도 아직 박 대통령 곁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많을 것이다. 대통령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의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대통령 덕에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지역 예산도 더 따낼 수 있었다면 대통령이 추락했다고 해서 금방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내일 실시되는 탄핵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실상을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가 하는 점이 찬반의 기준이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언론보도가 이어졌고, ‘최순실 청문회’도 열렸다. 국회의원들도 지켜봤을 것이다. 의혹이 모두 사실일 수는 없어도 탄핵안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데는 충분하다고 본다.

탄핵 반대 이유로 대통령의 죄가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여전히 있다. 대통령의 죄가 없다면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물러나겠다는데 굳이 탄핵해야 하느냐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이 먼저 물러나겠다고 했으면 모를까 계속 버티려는 모습을 보였으니 반대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대통령 실상,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가 탄핵 기준

박 대통령은 어떻게 보더라도 탄핵감이다. 그런데도 탄핵안 통과는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찬반 양쪽의 표계산이 분주하고, 야당은 사퇴 배수진까지 치고 나왔다. 대통령 지지율이 4~5% 선까지 추락했어도 대통령을 차마 배신할 수 없는 의원들, 내편은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대통령 부하’들의 엇갈린 처세가 눈에 띈다. 구속된 청와대 3인방 중 한 명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고 대통령을 방어했다고 한다. 주인에 대한 충성이고 의리다. 수사에는 방해가 되더라도 직속 부하로 시중들던 사람이니 그걸 탓할 국민은 거의 없다.

검찰은 처음엔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렸으나 부패의 심각성이 확인되고 수사압박 여론이 높아지면서 제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은 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개인적 의리로 치면 수사가 어렵다. 검찰총장이 자신을 그 자리에 임명해준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 것은 검찰총장이란 자리가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청와대 비서관과 다른 점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의 대표로 보내준 사람이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이 중간에서 힘을 썼다고 해도 임명장을 준 사람은 국민이다.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아무리 친하더라도 비서는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날조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친박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야 된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아니다. 배신은 약속이나 믿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등지는 행위다. 내편이라고 무조건 감싸는 건 소인배의 하찮은 절조에 불과하고, 조폭의 의리일 뿐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은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고 했었다. 누구보다 배신에 대해 민감한 정치인으로 여겨졌고, 의리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도 심어줬다. 지금 보니 박 대통령은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특히 정치인으로서의 의리가 무엇인지를 몰랐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40년 절친 최순실의 말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고, 의리로 임명한 민정수석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탄핵안은 대통령 자신의 잘못된 의리론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탄핵안에 반대하는 친박은 대통령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이다.

‘역사의 현장’ 속에 들어가 있는 국회의원들

이번 탄핵안은 역사가 될 사건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오점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은 무너지게 돼 있다는 교훈을 주는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다. ‘시대의 정치인’으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적인 의리 때문에 반대하고 정파의 이해 때문에 찬성한다면 후손에게 떳떳할 수 있겠는가?

충청권 의원들, 찬반 입장 나중에라도 공개할 수 있어야

의리냐 배신이냐의 문제 말고도 정당별 계파별 득실, 그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까지 찬반의 변수는 많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탄핵안에 접근했으면 한다. 대전 충청 지역 의원들 대부분은 찬반 입장이 불분명한 상태라고 한다. 비밀투표이니 입장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선택과 그 이유를 나중에라도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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