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18> 현미경 발명과 세포병리학 창시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존 헌터(1728~1793)와 그의 제자들은 진정한 해부학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현대 외과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꼼꼼한 수술과 연구를 통해 인간 해부학을 탐구했다.

그러나 당시 이들 외과의사의 업적은 진단과 정확한 수술기법에 국한될 뿐이었다. 인체의 정상‧비정상에 대한 생리학과 세포병리학적 근본적 연구가 뒷받침 되지 않아 질병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는 여전히 미흡했다.

삽화는 네덜란드 시립병원의 경비원이었던 안토니 반 레벤후크(1632-1723)가 만든 빛을 집중시키는 광학 장치와 단일렌즈 현미경이다. 이 발명으로 모든 조직의 미세구조가 밝혀질 수 있게 됐다.

레벤후크의 발명품을 통해 박물학자 로버트 훅(1635-1723)은 사람의 피부 조직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아주 적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상자들 혹은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고 했고, 식물학자 마티아스 슐라이덴(1804-1881)은 식물세포들의 미세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소화효소 펩신을 발견해 유명해진 테오도어 슈반(1810-1882)은 신경초로 둘러싸여 있는 말초신경의 미세구조를 밝혔다. 신경초는 그의 이름을 붙여 슈반세포라고도 불린다.

레벤후크의 최초 현미경(1665년 로버트 훅의 저서 중 삽화).

동식물의 정상 미세구조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그들의 병적 상태들이 규명됐다.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모르가니(1662-1771)는 700번 이상의 부검결과와 현미경적 미세변화의 병리 해부학적 결과를 부합시켰다. 마침내 루돌프 피르호(Ludolf Virchow, 1821-1902)가 “모든 종양세포는 기존의 정상 세포에서 파생된 것”임을 밝혀냈다. 종양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설명이 이뤄졌고 더 나아가 암세포 증식을 막을 방법까지 찾을 수 있는 세포 병리학을 창립하게 됐다.

레벤후크는 취미로 만든 세계 최초의 위대한 발명품인 현미경 덕분에 병원의 단순 경비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네덜란드 왕립 연구소 협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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