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제자들을 만났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때에 가르친 학생들이 이제 40대 중반이다. 마침 바닷가의 펜션을 빌려 같이 어울려 정담을 나누고 바다낚시도 즐겼다. 이번 만남에서도 빠지지 않고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반복하는데도, 식상하지 않고 추억이 방안 가득하다. 그때마다 사실 마음이 거북하다. 20대 후반 새내기 교사 시절의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건 쉬는 시간이건 툭탁이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매타작이라는 이름의 체벌이 거리낌 없던 시절이었다. 교단에 처음 섰을 때, 체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굳고 빛나던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체벌을 하면서도 스스로 교육이라고 위안하며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졌던 것 같다. 되도록 개인적으로 체벌하기 보다는 집단적인 체벌을 하곤 했는데, 이것은 70년대의 군대 문화에서 그대로 물려받은 결과였다. 제자들은 담임교사의 체벌을 지금은 추억이라고 끄집어내지만, 그 체벌은 분명히 아이들을 올바로 이끌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분노가 깃들어져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담배를 피우다 걸려 왔다든지, 수업시간에 떠들다 다른 선생님에 의해 끌려온 경우, 또는 자율학습에 무단으로 가버렸다든지 등등 학교가 설정한 틀에서 벗어난 모든 행위는 체벌을 통해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하는 것으로 믿었다. 

받는 입장에서는 폭력… 아름다운 체벌은 없어

그러나 아름다운 체벌이란 없다. 체벌이 결국 상대방의 육체에 고통을 가하거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받는 입장에서는 폭력으로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체벌로 인해 정신적 감화가 되어 똑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선생님 요즘 아이들 정말 말을 안 듣지요?”
“체벌이 없으면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귓전으로 흘려버리지. 부모 말도 안 듣는 녀석들인데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체벌이 없어진 학교 현장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그러면 너희들도 자식들을 체벌하니?”
“하긴 저도 어릴 적에는 아버님에게 무섭게 맞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울화가 터져도 자식들을 때리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요즘 애들한테는 매를 대는 것이 더 역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체벌하면 관계가 아예 멀어질 것 같아요.”

체벌로 교사들을 두려워하게 만들어 훈육하겠다는 것은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학생들은 교사가 믿고 따를만한 권위를 가질 때 저절로 따르게 마련이다. 매질로 교육하는 것은 짐승들에게도 할 짓은 아니다.

학생 체벌 관련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교육청 공문이 최근에 왔다. 학생 체벌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니, 부적절한 체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교직원에게 안내하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학생 체벌은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에 의한 학교폭력에 해당되고, 아동복지법에 의한 아동학대 범죄가 되어 처벌받는다.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아직도 학교에서 법령에 반하는 학생 체벌로 인하여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금은 체벌이 거의 사라진 상태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아직도 체벌이 일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기에 이런 공문도 내려온 것이리라.

학생-교사 간 마찰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 풀어주어야

체벌이 없는 학교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인간적인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따를 수 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교사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교실에서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부딪치다 보면 일부 학생들은 강요된 현실과 틀에서 벗어나려 이성을 잃은 반항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행위가 교권 침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과 교사간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각종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복장과 두발을 비롯한 학생 자율 규제가 가능한 것들은 학생회 중심으로 스스로 규제함으로써 교사와 학생 간의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자율학습이나 방과후수업도 강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보다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학교가 각종 동아리 활동이나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을 장려하여 충분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과 교사의 신뢰가 깊을수록 교수-학습활동도 더욱 효율적이다. 교사와 학생의 좋은 관계 맺기를 위해서 체벌은 반드시 배척해야 할 악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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