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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고무줄 행정, 지역 갈등 '부채질'

[디트의 눈] 아산시와 코레일의 악연을 돌아보며

안성원 기자2016.12.18 15:21:55

▲kKTX천안아산역 입구 모습. 역사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웃한 천안과 아산의 지역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1 KTX천안아산(온양온천)역 탄생의 비화
지난 19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에 ‘천안역’이 반영되면서부터 시작된 천안과 아산의 역사명칭 갈등은 결국 10년이 넘는 갈등 끝에 2003년 10월 22일 현재의 명칭인 ‘천안아산(온양온천)역’으로 조정됐다. 
이로 인해 택시영업권 분쟁 등 양 도시의 지역감정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고, 한글로 11자(기호 포함), 'Cheonan-asan(Onyangoncheon) station' 영어로는 34자나 되는 역 명칭을 얻게 됐다. 아산시는 역사 부지의 90%가 아산시 행정구역에 속해 있음에도, 속지주의 원칙에 벗어난 역명칭에 여전히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2 수도권전철 신창역, 아산역 부기명칭 갈등
수도권전철이 신창까지 연장되면서 아산시는 역사명칭과 부기명을 둘러싼 갈등에 몸살을 앓게 된다. 2006년 신창역은 ‘신창역’과 ‘순천향대역’을 놓고 대립하다 순천향대를 병기역으로 한 ‘신창(순천향대)’로 정하고 부기역명으로 (한국폴리텍IV대학)을 사용토록 했다.
KTX천안아산역 환승역인 아산역은 인근 선문대와 호서대가 부기명을 놓고 경쟁한 바 있다. 결국 아산역은 선문대가, 배방역은 호서대가 부기명을 사용하게 됐지만 대학과 동문들, 배방과 탕정 등 대학이 속한 지역 간의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3 서울~신창 누리로 중단 일방적 통보
최근에는 코레일이 서울~신창간 누리로 운행을 지난 9일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아산시와 지역 정치계의 반발을 샀다. 신창역 누리로 이용객이 전체 3.5% 이하로 나타나면서 경영상의 이유로 노선을 폐지하겠다는 것.
누리로는 수도권과의 대표적인 통근·통학수단이었기에 아산시는 크게 반발했다. 지역여론은 악화됐고 정치권도 적극 나섰다. 이명수 의원(새누리당, 아산갑)이 내년 2월부터 운행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일단락 된 분위기긴 하지만,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아산을)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지난 9일 운행이 중단된 서울~신창간 누리로 열차 모습. 지역반발이 거세지자 코레일은 내년 2월부터 운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코레일, 갈등의 불씨 던져놓고 싸움 부추겨

충남 아산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의 악연을 기억나는 대로 꼽아보았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더욱 많은 사례가 있지만, 핵심은 코레일의 정책에 지역민심이 크게 흔들려 왔다는 점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코레일의 정책은 아산지역에 갈등의 불씨로 작용했다.

물론 이 책임을 코레일에게 모두 넘길 순 없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 사실이다. 매번 지역민들은 갈등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정책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해 왔지만 변한 건 없다. 명확한 기준과 원칙 없이 불씨만 던져놓고는, 대립하는 주체들로 하여금 힘 싸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번 누리로 중단도 그렇다.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중단을 통보해놓고는 정치권의 공세와 지역여론의 압박이 시작되자 내년 2월부터 운행을 재개한다고 한다. 얼핏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운행중단을 결정했나 싶다. 

만약 이번 일이 촛불정국의 혼란함을 틈타 유야무야 넘어갔다면 코레일은 자신들 입맛대로 노선을 조정했을 것이다. 코레일의 판단을 되돌린 지역민들과 정치권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코레일이 정책을 결정하기까지 의견수렴이나 연구,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밀어부칠 ‘명분’도 없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역으로 누리로 운행중단은 ‘안 해도 될 조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이런 일들이 비단 아산시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역사명칭, 노선조정 등과 관련된 분란은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나중엔 정말 필요한 정책임에도 지지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공사(公社)는 국가단위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공성’과 ‘능률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생겨났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해집단과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대 사안을 다루면서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면피용 자세는 옳지 않다. 코레일이 국가기간망을 책임지는 한 축으로서 철저한 연구 자료와 뚜렷한 미래비전을 소신 있게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3일 아산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코레일의 누리로 열차 중단을 비난하고 있는 이기애 시의원.


여론수렴·연구·비전 실종…지역 목소리 외면 ‘비난’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럽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이용객이 전체 철도 이용객의 70%에 육박하고, 서울의 시·종착역인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거의 모든 노선의 열차가 집중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100년이 넘도록 국가 철도망에 자기 완결적 구조를 갖지 못하게 했다는 평가(2013년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를 받는다.

그럼에도 코레일은 공기업 가운데 전년대비 연봉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14년 1억409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1억8491만 원이다. 77.6%(8081만 원)나 늘었다. 또 연말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도 했다. 하지면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아산시민과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못 느끼는 듯하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망 사업의 주체라면 지역의 의견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코레일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며 지자체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지난 12일 월례회의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의 발언을 빌린다.

“누리로 중단 소문이 돌 때 이미 열차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순천향대와 공조해 (코레일에) 중단은 안 된다고 상반기에 건의했다. 그런데 내부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보이다 일방적으로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이익이 남는 노선은 민영화시켜놓고 이익이 적은 철도노선은 경영상의 이유로 없앤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교통정책이 지방을 배려하지 않고 민간기업화 되고 있다. 미래 가능성을 두고 소비 창출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사람이 없는 적자노선이라고 운행을 중단한다면 지방에는 사람이 살지 말라는 소리다. 지역을 배려하지 않는 교통정책에 답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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