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는 한편으로 장래에 자신이 진나라의 태자비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문신처럼 새기고 또 새겼다. 여불위의 약속을 믿고 있었으며 남편인 자초가 분명히 태자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

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확신이 현실이 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칠년이었다. 그동안 아들 조정은 잘 자라 씩씩한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제법 어엿한 모습이 누가보다 탐이 날 정도였다. 게다가 시국도 변하여 옛 같지 않았다. 진나라에 대한 적대감도 많이 희석되어 있었다. 조금은 살만했다. 다만 질긴 기다림이 고단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거지처럼 초라한 복장을 한 사내가 조희를 찾아왔다.

“마님, 누더기를 한 사내가 찾아와 마님 뵙기를 청하옵니다.”

하인이 조희의 방으로 찾아와 말했다.

“어디서 왔다더냐?”

“다짜고짜 마님만 찾고 있사옵니다.”

“그래? 그럼 안으로 들라 일러라.”

남루한 복장을 한 사내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조희가 문을 열고선 곳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저는 진나라에서 태자님의 전갈을 가지고 온 사람이옵니다.”

“태자님이라니요?”

조희는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그를 방안으로 들게 하고 방문을 굳게 닫았다. 하인에게는 누구도 얼씬치 못하게 단단히 일렀다. 그리고 먹을 것과 차를 내오라고 시켰다. 두 사람은 차를 내올 때까지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하녀가 다녀가고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을 때 조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무슨 전갈을 가지고 오셨단 말입니까?”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제야 사내가 나직한 말투로 읊조리듯 말했다.

“진나라에 많은 변화가 있었사옵니다. 소양왕께서 승하 하시고 안국군께서 즉위하시어 효문왕이 되셨사옵니다.”

“그럼 자초님은?”

“진나라의 태자가 되셨사옵니다.”

뛸 듯이 기쁜 일이었다. 자신이 얼마지 않아 진나라의 태자비가 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술렁였다.

“이제 진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숨 가쁘게 물었다.

“곧이어 태자비로 모셔 가실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는 하명이 계셨사옵니다.”

“벌써 칠년을 기다렸는데 얼마나 더…”

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듣지 못하였사옵니다. 조만간 일이 이루어 질 것이오니 옥체 보전하시옵소서.”

사내는 큰절을 올리고 돌아서서 어둠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도 진나라로 오라는 전갈도 태자비로 모시겠다는 소식도 오지 않았다.

조희의 실망은 더욱 깊어갔다. 자신이 여불위의 애첩으로 있었다면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자의 품도 이토록 애절하게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울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곧바로 진나라로 갈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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