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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맨해튼’ 만든 남충희

[김학용 칼럼] 대전시장, 남충희 씨 만나 보길

김학용2016.12.21 18:52:06

남충희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은 2006년 대전시장 선거에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지금도 대전시장 꿈을 접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올핸 새누리당 대전시당 창조경제특위위원장도 맡았다. 이 기사는 그를 홍보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오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가 부산시에서 경험한 일 한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그의 경험은 늘 좌절과 논란에 빠지는 대전의 도시개발 행정에 참고가 될 수 있다.

부산 센텀시티 성공 이끈 남충희 전 부산정무부시장

그는 1998년부터 2년 3개월간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부시장을 하면서 부산의 개발사업 중 하나였던 ‘센텀시티’ 신도시 사업을 직접 이끌었다. 2년은 겸직, 이후 3년은 센텀시티 대표만 맡았다. 부산과 아무 인연이 없던 그를 스카우트한 사람은 안상영 부산시장이었다. 안 시장은 수사 중 구치소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생을 마쳤지만 부산시 발전에 초석을 놓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부산의 지역경제는 최악이었다. 실업률은 11.9%까지 치솟아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한 달에 300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다. 그런 부산이 3년 뒤에는 실업률(3.9%)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기업이 한 달에 350개씩 생기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안 시장이 당시 통계청 자료를 가지고 밝힌 내용)

무슨 비결이 있던 걸까? 안 시장은 부산 경제를 살릴 전문가를 찾는 데 애를 썼다. 3가지 조건을 갖고 정무부시장을 찾았다. 이름만 정무지 경제부시장이었다. 대기업 임원 등 실무경제통이면서, 국제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부산 출신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향 출신 배제는 인맥에 얽혀 일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력서가 100통 넘게 들어왔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안 시장의 ‘구인’ 소식을 들은 남 부시장의 한 후배가 쌍용경제연구원을 거친 그를 추천하면서 인선 작업이 끝났다.

센텀시티는 부산의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지식산업으로 바꾸는, 부산의 밀레니엄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부산정보단지’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부산시가 수영비행장 부지 35만평을 국방부에서 사들여 땅을 제공하고, SK그룹이 투자유치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자신이 없던 SK가 IMF사태 직전 손을 들고 나가면서 한 달에 이자만 18억 원씩 까먹고 있었다. 언론은 ‘표류하는 정보단지’, ‘대책없는 정보단지’라는 제목과 함께 실망과 걱정을 쏟아냈다.

▲‘부산 맨해튼’으로 불리는 부산의 센텀시티 전경. 안상영 부산시장이 남충희씨를 앞세워 성공한 신도시다.

남충희의 전략은 ‘세계 무대’와 ‘미래 지향’

당시 비수도권인 부산에서 첨단도시라는 이름을 내건 투자유치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 부시장은 절망감에 빠진 임직원들을 독려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세계 시장으로 끌고 나가 미래지향적인 사업’으로 한다는 전략이었다.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데임즈 앤 무어 그룹 등 일류 기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관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사업의 용역에만 22억 원을 썼다. 당시로는 엄청나게 큰 액수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는데 제 정신이냐”며 우려했다. 그러나 ‘국제화 전략’과 ‘미래지향적 안목’이 성공의 계기가 됐다고 그는 지금도 확신한다.

그는 세계적인 컨설턴트에게 용역을 맡긴 뒤, 영화제작사 사장 IT산업전문가 도시계획과 교수 등과 밤을 새며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안목과 통찰력은 역시 놀라웠다. 이렇게 해서 센텀시티라는 신상품이 탄생했고 고객들에 팔려나가는 신도시가 되었다.

“감자 팔러 다니는 대신 감자 요리사 모아야 성공”

남 전 부시장은 성공 비결을 감자를 파는 방식에 비유한다. 채소가게 주인(지방자치단체)이 감자를 사라고 외치고 다니는 식의 단순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대신 뛰어난 요리사들을 모아 군침이 도는 각종 요리법을 개발해서 감자를 판 것이라고 설명한다. 센텀시티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상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이었다.

개발 과정에선 저조한 분양률, 외자유치 차질 등으로 과연 성공하겠느냐는 의혹의 시선과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센텀시티는 성공작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외국의 시찰단까지 찾는 공공개발의 성공모델이 되었다.

지금 센텀시티는 ‘부산의 맨해튼’으로 불리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위해 오마바 등 세계의 정상들이 찾았던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신세계 센텀시티점’도 센텀시티의 명물이다. 부산은 아시아 4위, 세계 9위의 국제회의 도시로 성장했다. 서울에서만 열리던 국제회의가 지방에서도 열리는 시대를 센텀시티가 개척했다. 신도시 하나 잘 개발한 덕이다.

남 전 부시장은 2013년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갔다. 경기지역 유력 일간지 논설실장은 임명 과정을 지켜본 경기도 공무원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썼다. “(김문수 지사가) 비행기 오를 때는 정치인이었으나 유럽 경제시찰을 돌던 중 고민이 깊어졌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남충희 씨로 확정된 것 같다.” 이 기사를 보고 센텀시티의 성공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옛 충남도청 활용, 안산국방산업단지 성공 가능성 의문

도시는 개발을 통해 성장하고, 때론 번성했던 지역이 쇠퇴하면서 리모델링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도시재생도 일종의 도시개발이다. 어떤 개발도 성공적인 개발은 드물다. 대전도 예외가 아니다. 70년대 국가적으로 추진된 ‘대덕연구단지’를 빼면, 크고 작은 도시개발이 잇따랐지만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다.

‘20년 전 신도시’ 둔산은 대전의 급성장을 담아내는 새 그릇이었지만 ‘성냥갑 도시’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도안 호수공원은 이름과 달리 갑천변 도로부지까지 없애면서 아파트만 잔뜩 때려 짓는 쪽으로 가고 있다. 대전의 명소였던 엑스포과학공원은 20년간 리모델링 실패만 거듭하다가 국가산업단지(과학벨트)에 편입되는 것으로 운명을 다했다.

옛 충남도청 건물의 활용 문제는 쇠락한 원도심을 살릴 수 있느냐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도청이전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대전시가 아닌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엊그제는 용역 세미나가 열렸다. 문광부는 도청건물을 첨단 도서관으로 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원도심 주민들은 걱정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가 새롭게 추진 중인 안산국방산업단지도 주춤거리고 있다. 투자 의향을 보인다던 대기업들이 일단 손사래를 치고 있다. 불투명한 전망 때문일 수 있고 협상술일 수도 있다. 설사 기업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이렇다 할 아이디어와 전략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름엔 ‘국방’이 들어가지만 상가와 아파트만 짓는 그저 그런 개발이 되기 십상이다.

권선택 시장-남충희 씨, 점심이라도 한번 해보길

센텀시티는 부산의 얼굴을 바꾸고 부산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대전에선 그런 개발이 불가능한 것일까? 남 전 부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도청 문제든 안산국방산업단지든 어떤 아이디어가 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답을 찾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세계 무대로 나가 문제를 더 넓게 보고,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안목이 중요하다.”

도시개발(재개발)은 어느 도시든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다. 대전은, 충남도청이 떠나고 호남선이 떠나면서 ‘위기의 도시’가 되어 있다. 인구가 세종시로 빠지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도시개발은 더욱 중요한 과제다. 대전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문제에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기여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남충희 전 부시장의 정치적 능력은 알지 못한다. 대전시장 꿈을 꾸고 있지만 지명도의 약점이 크다. 내가 보기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여, 필자는 진반농반으로 물어 본 적이 있다. “시장에 출마하기보다 차라리 시장 후보와 손잡고 대전의 도시개발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어떠냐”고 했더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남 전 부시장은 대전시 관계자와 도시개발과 관련하여 의견을 나눠본 적이 없다고 한다. 권선택 시장이 그와 같이 점심이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한다. 당이 다른 경쟁자라고 해도 진정으로 대전의 미래를 걱정하는 리더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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