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효문왕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알았소. 다시 태자문제에 대해 논하지 않겠소. 이리 가까이 오구려.”

그제야 화양부인이 얇은 미소를 머금으며 누워있던 효문왕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효문왕은 이미 기력이 쇠하였으므로 기운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늘 화양부인의 아름다운 몸매를 눈으로 감상하는 것과 부드러운 속살을 감지하는 것으로 흡족해 했다. 아울러 화양부인의 얇은 손끝으로 자신의 굳어버린 몸 구석구석을 만져주길 기대했다. 화양부인의 손놀림은 어떤 젊은 궁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효문왕은 화양부인이 자신의 몸을 만져줄 때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화양부인은 왕의 몸을 구석구석 만져주며 다짐받고 또 다짐을 받았다.

때로는 알몸으로 혹은 새의 깃털로 효문왕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물론 그 불길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효문왕은 약간씩 요동 치려하다 이내 사그라지곤 했다.

그날도 비단 속으로 내비치는 자신의 몸매를 감상하는 효문왕의 눈빛을 안쓰럽게 지켜보며 몸을 달구었다. 벌써 수십 번은 더 받은 다짐이었다.

 “소첩이 소원하는 대로 내일 태자를 공포하셔야 하옵니다.”

효문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미루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화양부인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알았소. 부인.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게요.”

효문왕이 마음을 굳힌 듯 말했다. 자초의 태자 공포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만천하에 자초가 태자가 된 것을 공포한 뒤 효문왕은 곧바로 자리에 누워 병치레를 했다. 그 역시 병석에서 일어나면 제대로 국가를 경영해볼 요량이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여불위는 이런 저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섬기는 자초태자가 왕위에 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게다가 병석에 누워있는 왕의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일부 신하들이 자초의 왕위계승에 이의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였다. 적자도 아닌 서자에게 왕위를 계승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였다. 더욱이 서자에게도 서열이 있었으므로 서열이 빠른 공자들이 이들의 논리에 가세하였다. 당시 습속으로는 서자의 경우 서열이 빠른 쪽이 왕위를 계승할 우선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왕위계승을 미룰 만큼 왕의 건강이나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불위는 왕후궁과 태자궁을 팥 바구니 쥐 드나 들 듯 오갔다.

“조급하옵니다. 태자마마.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사옵니다.”

“그렇다고 어쩌겠소. 기다려보는 수밖에.”

태자 자초가 말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해 보겠나이다.”

여불위가 말했다.

“어떻게 한단 말이오.”

“그것은 알아서 처리하겠나이다. 태자께서는 보위에 오르실 준비만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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