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권선택 대전시장, 바닥 드러난 '소통과 경청'


<연속보도>=대전시가 ‘민간투자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수도 민간투자사업’이 반대여론에 부딪혀 좌초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이번엔 도시공원 몇 곳에 대한 민간투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본보 12월 26, 27, 29일자 등 보도> 

시는 첫 신호탄을 ‘월평근린공원’에서 쏘아 올렸다. ‘아이피씨자산관리㈜’라는 민간사업자가 70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월평공원 숲 약 30만평에 도시공원을 조성하고, 아파트 3000세대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비슷한 도시공원 조성계획도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월평근린공원 외에도 용전근린공원, 매봉근린공원 사업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통 틀어 수 조원 이상이 소요될 민간도시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업의 진행과정 또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있다. 민간투자사업의 속성 상 ‘비밀 유지’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절차상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인 환경영향평가 공람과 주민설명회 단계에 이르러서야 본보 등 몇몇 언론의 취재대상에 올랐을 뿐, 아직 ‘공론화’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본보 보도 이후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 성명이 나오고, 일부 시의원 사이에 문제제기가 막 시작됐을 따름이다.

좌초된 ‘상수도 민간투자’ 논란 답습

<디트뉴스24>가 월평근린공원 등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여러모로 ‘상수도 민간투자 사업’과 닮았기 때문이다.

공공이 해야 할 일을 재정상 이유 때문에 민간부문에 위탁하겠다는 발상부터가 흡사하다. ‘상수도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자, 대전시는 국비를 지원받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불가피성을 앞세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2020년 도시공원 해제(일몰제)가 이뤄지면 무분별한 난개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민간투자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것도 소리 소문 없이 은밀하게 추진한다는 점도 엇비슷하다.

“민간투자사업의 속성 상, 시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읍소마저 닮았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나 언론, 심지어 시의회 등 공론의 도구는 늘 외면받기 일쑤였다.

사업추진 과정이 불투명하다보니,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시정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주변인사가 개입하고 있다는 등 사실로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점도 두 사업의 공통점이다.

줄 잇는 민간투자사업, 검증이 빠졌다

권선택 시장과 그 주변 인사들이 듣기엔 매우 불쾌하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소문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면 “왜 그럴까”란 원인분석 또한 필요한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을 통해 ‘시민’이란 존재가 더 이상 ‘정치·행정의 객체’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 정치·행정이 시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시민은 먹여 살려야 할 존재, 가르쳐야 할 존재, 보살펴야 할 일방적 객체가 아니다. 주권자(主權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행정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권자인 국민(시민)에게 ‘묻는 일’이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당신들이 하시오”라고 정치·행정에 위임한 공공업무를, 대전시는 “돈이 없어서 못 하겠다”며 자기들 마음대로 민간 기업에 위탁하려 하고 있다. 상수도 일부 기능을 민간 기업에 위탁하려다 실패했다지만 또 다른 시도가 줄을 잇는다.

공원조성, 산업단지 개발, 하수처리장 이전 등등. 대전시는 지난해 하반기 ‘상수도 민간투자 논란’을 통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단 말인가. 권선택 시장 스스로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일단 주권자인 시민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어찌할까를 묻는 것이 순리다. 그 과정에서 언론과 의회의 검증은 필연적으로 함께해야 할 요소다. 말로만 ‘소통’ 말로만 ‘경청’은 지금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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