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왕 자초는 그동안 여러 명의 새 비빈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과의 관계에서도 공자가 태어나고 그것은 태자 영정의 왕위 계승을 위협하고 있었다. 선비들은 왕후가 본래 여불위의 애첩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왕후로서의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한번은 함양성 담벼락에 묘한 글귀가 나붙었다는 전갈이 궁으로 전해져 왔다.

“뭐라고? 어떤 극악무도한 놈이 감히 태자마마의 신변에 대해 그따위 글을 써놓았단 말이냐.”

승상 여불위가 대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함양성을 다 뒤져서라도 그자를 잡아 들여라.”

여불위는 노기에 찬 표정으로 백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백관들 가운데도 벽보와 같은 의도를 지닌 자들이 없지 않을 것이란 것이 여불위의 의중이었다.
함양성에 붙은 벽보는 이러했다.

장양왕이 조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있을 때 승상 여불위의 애첩 조희를 얻어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때 이미 지금의 태자 영정의 태기가 왕후 조희의 몸에 있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는 장양왕에 대한 불충이며 태자의 계승을 거부하는 것이기에 여불위의 입장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군사를 풀어 음모를 획책한 자들을 모조리 잡아 내렸다.”

승상 여불위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하명했다.

군사들이 함양성을 쥐 잡듯 뒤졌지만 딱히 범인이라고 추정되는 이들을 잡지 못했다. 비빈들과 일부 대신들은 쉬쉬거리며 벽보를 화재삼아 뒷얘기를 하고 있었다. 여불위에게는 더없이 중대한 고비가 아닐 수 없었다.

“군사를 풀었지만 잡지 못 하였나이다. 승상전하.”

심복으로 왕궁의 경호를 담당하던 중랑이 여불위를 찾아 아뢰었다.

“그자들을 색출하지 못했다면 필시 일부 대신들의 식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여불위가 조용하게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중랑은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예 알겠나이다. 승상전하.”

여불위는 고개만 끄덕였다. 중랑은 그길로 나가 군사를 다시 풀었다. 평소 여불위의 뜻에 반했던 대신들의 식솔들 가운데 반골들을 잡아 들여 문초를 했다. 손톱을 뽑고 눈알을 빼는 것은 다반사였다.

이실직고를 하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참했다. 그러자 몇몇이 살려줄 것을 간청하며 변고의 내용을 고했다. 방을 써붙인 자와 그것을 배포한 자를 불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날 수도 있었다. 혹독한 고문을 못 이겨 지어낸 말일 수도 있었다. 승상 여불위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반대 하는 세력을 제거할 명분이 필요했다.

여불위는 이 사건을 빌미로 태자인 영정의 정체성에 반기를 드는 세력을 제거했다. 피바람이 몰아쳤다. 조정에서 얼굴을 맞대고 바른 소리를 고하던 이들 가운데 몇몇이 이 사건으로 사라져버렸다.
여불위는 태자 영정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이들은 모조리 숙청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었다.

그것이 진나라가 바로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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