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월평근린공원 갈마지구와 정림지구를 비롯, 용전근린 매봉근린 문화근린공원 등 4개 근린공원 5개 지구에 대해 ‘민간개발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들 지역에 7300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2조원 가운데 1조7000억은 아파트 등 비공원 사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원 지역이 사실상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다는 뜻이다.

대전은 인구가 줄고 있다. 작년엔 감소세가 주춤하긴 했으나 앞으로도 감소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심각한 저출산 국가다. 결혼한 지 5년 이하 부부의 3분의 1이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도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2021년엔 2016년보다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의 고령화가 주택 수요를 한시적으로 떠받칠 수는 있겠지만 저출산이 계속되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전시 주택보급률은 102%다. 가구당 한 채씩 가졌다는 얘기지만 한 집에서 2~3채 가진 경우도 있으니 모든 사람이 주택 소유자는 아니다. 집이 남아돌더라도 신규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으나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필요는 없다. 공원까지 아파트단지화 할 이유는 더욱 없다.

대전은 아파트를 지어야 할 널찍한 땅이 이미 마련돼 있다. 도안신도시 2, 3단계 부지는 아파트와 상가 등을 넣도록 계획돼 있으나 언제 개발된다는 소식이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목이 빠지게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시는 이런 곳은 버려두고 공원으로 개발해야 할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 하고 있다.

대전시 인구 추이

전문가들 “난개발 우려는 핑계 막을 방법 얼마든지 있어”

대전시는 규제 일몰제 때문에 2020년이면 더 이상 공원 부지로 묶어놓을 수 없어서 아파트라도 짓지 않으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 얘기는 전혀 다르다. 전문가 한 명은 “난개발 우려는 핑계다.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행정적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고, 다른 한 명도 “대전시가 도로 개설권 등을 가졌기 때문에 시의 동의 없이는 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공원 부지의 아파트 사업은 전형적인 ‘이권 사업’이다. 공원 지역은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공익사업으로 허가만 받으면 수익성이 높다. 대전시는 그걸 해주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공유해야 할 녹지에 대한 권익을 특정 업자들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떡’을 나눠먹을 수 있는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특혜 사업이다. 규제일몰 연도가 2020년인 데도 시가 4년 전부터 이 사업을 서두른 점도 의문이다.

한국에도 울리는 ‘빈집 쇼크’ 경고음, 무시하면 대전시 전체 슬럼화 우려

인구가 줄고 있는 데도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빈집이 늘면 지역 전체가, 범죄가 늘고 부동산값이 떨어지며 상권이 위축되면서 슬럼화의 길을 걷는다. 벌써부터 인구가 줄고 있는 일본은 이런 ‘빈집 쇼크’를 겪고 있다.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빈집이 100만 가구가 넘었다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올해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된다는 진단도 나와 있다. 주택정책을 공급에서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공원의 아파트화 사업은 이런 현실과 180도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멀쩡한 도심 하천 옆에 인공호수 간판을 내걸고 아파트 5000세대를 때려 짓고, 그것도 모자라 공원 부지까지 아파트 단지로 바꾸려 한다. 원도심을 더 죽이는 정책이고, 종당에는 대전시 전체를 슬럼화시키는 사업이다. 대전시는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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