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갑질 논란에서 시작된 대전예지중고등학교의 파행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교장이 물러나면 해결될 듯 했으나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삭발, 수업료 납부거부, 교육청의 보조금 중단, 이사진 취임승인 취소까지 이어졌지만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재단이 교육청에 제기한 소송이 이달 말 시작되고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도 여러 건 수십 명이 얽혀 있다.

그 사이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은 말이 아니다. 일반 중고등학교와 다른 이 학교 학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마치지 못한 50대 이상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구를 이끌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을 오르내리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여름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예지중고를 정상화 시켜 달라"는 시위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재단 측은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계속하고 수업료 미납 학생들에게는 퇴학과 최후통첩 운운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내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5개월째 급여를 못 받으면서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충남 유일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신입생 모집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대전시교육청은 물론 대전시의회, 전교조 대전지부, 대전교육공공성연대 등 여러 기관단체들이 학교 정상화에 나섰지만 재단과 교육청 간 소송이 시작되자 결과만 지켜보자는 식이다.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 취소' 소송이 이달 26일 시작되니 5~6월은 돼야 1심 판결이 나는 데다 대법원까지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 하염없이 재판결과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대로 두면 20년간 3700여 졸업생 배출한 예지중고 문 닫을 수도

학교를 이대로 뒀다가는 그대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1998년 개교해 3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지금도 500여명이 주야간 배움의 끈을 이어가는 이 곳을 일부의 이기심과 우리사회의 무관심으로 폐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는 2월 11일, 꿈에 그리던 졸업식을 앞두고 힘겹게 수업을 이어가는 교사와 학생들을 외면해선 안 되며 못 배운 한을 풀려는 예비 학생들의 희망도 꺾지 말아야 한다.

예지중고 학생들이 투표권이 있는 어르신이라는 이유로 선거 때면 뻔질나게 드나들며 표를 달라던 선출직들이 먼저 학교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곳 학생과 교사들이 대전시민이니 대전시장과 시의원들도 동참해야 하고 비록 만학도지만 대전의 학생이니 교육감이 앞장서야 한다. 모두가 뒷짐 지고 법의 판단만 기다리다가는 학교는 더욱 망가질 게 뻔하다. 대전시교육감이 주축이 돼 관계 기관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예지중·고 학생들이 지난해 6월 수업을 거부한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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