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행적 일부 누락, 급박한 상황 머리손질 등 의구심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것이 팩트다'에서 추가된 것은 ▲행정자치비서관실의 여객선 침몰 관련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대처 상황 보고서 수령 이후 검토(12시54분) ▲미용 담당자가 들어와서 머리 손질(오후 3시35분) ▲사회안전비서관실에서 대통령의 중대본 방문 말씀자료 준비해 피청구인에게 보고(오후 3시45분) 등 세 가지.
15장 분량 답변서, 풀리지 않는 의문들
하지만 답변서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하나 둘 튀어나오면서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에 대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월호 7시간'은 박 대통령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원 구조를 지시한 오전 10시15분부터 중대본을 방문한 오후 5시15분까지를 말한다. 그러나 오전 9시부터 9시 53분까지의 행적은 생략됐다. 점심식사도 개괄적 설명(일반적 설명)에 언급했을 뿐, 정확한 시간을 표기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세월호 관련 내용만을 중점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오전 9시부터 정상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부터 53분 행적 빠져, 朴 측 "세월호 관련 내용만 중점"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처음 인지한 시간을 오전 10시쯤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참사 현장은 오전 9시 19분쯤부터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던 참사를 박 대통령만 40여분 늦게 알았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탄핵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구조 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탄핵사유 중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대통령 직 성실수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답변서를 받아본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자료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을 처음 안 시점이 언제인지도 나와 있지 않다"며 "박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확인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급 상황에서 왜 미용사까지 불러 머리 만졌나
또 하나의 의문은 오전까지도 단정했던 머리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왜 미용사까지 불러 손질 했느냐다.
박 대통령을 관저에서 근접 보좌하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청문회에서 당일 오전 박 대통령의 용모에 대해 "이미 간단한 메이크업을 했고 머리 손질도 돼 있는 상태였다.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후 청담동에서 미용사들을 불러 20분 동안 머리를 만졌다.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받기 시작한 때는 사태의 심각성이 확인된 이후였다. 급박한 상황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머리를 손질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오전에는 머리가 단정했더라도 본인이 간단히 손질한 것일 뿐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한 머리는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이재만·안봉근 등 대면보고 시간이나 김장수 전 실장과의 통화기록 등도 빠져 짜깁기 수준의 ‘부실 답변서’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헌재는 이날 “요구한 데 비해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박 대통령 측에 답변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