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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땀난’ 대전시 새해 업무보고

[현장스케치] 권선택 시장의 현장행정, 얻은 것과 잃은 것?

김재중 기자2017.01.11 19:42:44

▲대전 원도심 중앙시장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권선택 대전시장(뒷모습).


“시장님. 여기 먹자골목이 살아야 중앙시장이 살아납니다. 비가림 시설 좀 빨리 설치해 주세요.”

11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권선택 대전시장 앞에 상인 한명이 나타나 호소했다. 권 시장은 상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뒤 “설치해 드리겠다”고 흔쾌히 답했다. 비가림 시설 설치예산이 이미 수립돼 있었기 때문이다. 권 시장은 “현장에 오지 않으면 이런 이야기를 놓치고 지나가기 쉽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현장 업무보고’  풍경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올해 업무보고는 그룹별로 나눠 현장에서 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새해 업무보고 장소는 중앙시장 등 원도심으로 급하게 변경됐다. 

중앙시장 한 복판에 ‘보고용 입간판(브리핑 차트)’이 세워지고 상인들과 차림새부터 다른 ‘공무원’ 수십 명이 입간판 주변을 에워쌌다.  
 
골목상권 활성화 계획, 중앙메가프라자 청년몰 계획, 원도심 복지인프라 확충계획 등 원도심과 관련된 올해 대전시 업무계획이 연이어 발표됐다. 날씨는 제법 쌀쌀했고, 주위는 소란했다. 업무보고의 집중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권 시장에 물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지만, 업무보고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권 시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어수선한 면도 있다. 그런데 현장을 직접 돌아보면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실·국장들도 처음 경험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권 시장은 업무보고 이후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돌며 시민들과 새해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권 시장은 시장 한 복판을 가로질렀다. 좌판에 깔린 순대, 어묵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낮술 한잔 걸치던 시민 한 명이 시장을 알아보고 소주 한 잔을 건넨다. 권 시장은 마다치 않고 술잔을 받아들었다. 이런저런 새해 덕담이 오갔고 시민들의 기념촬영 요청에도 응했다.  

두 번째 현장은 청소년 위캔센터. 청소년들의 직업체험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권 시장은 이곳에서 청년정책을 대전시 최우선정책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대전에 청년인구 비율이 높지만, 청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청년정책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대전이 청년정책을 잘 만들어서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중구 대흥동의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까지 이어진 이날 현장 업무보고의 핵심테마는 ‘원도심과 청년의 만남’ 이었다. 대전 원도심에 가칭 ‘대전청년의 전당’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나 청년 예술인들의 거점공간인 ‘청춘다락’을 만들겠다는 계획 모두 그런 맥락에서 나온 구상이다.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청년정책을 원도심 정책에 끼워넣을 생각은 아니다”라며 “원도심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정책목표와 부족한 청년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중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권선택 시장은 올해 청년정책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민대학에서 현장 업무보고 마무리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석자들.

각계 전문가 등 자문위원단이 동행한 이날 ‘현장 업무보고’는 옛 충남도청에 마련된 시민대학에서 토론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장보고 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생동감 있고, 유익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하려다보니 백화점식 나열에 그친 것 아니냐”라든가 “청년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청년들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등의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권 시장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새로운 업무보고 모델이다보니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평소 허물없이 지내는 시 공무원 몇에게 “이런 방식의 업무보고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솔직한 속내를 물었다.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공무원은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 걸어 다니느라, 발바닥에 땀 좀 났다”는 우회적인 말로 답을 대신했다.

한편, 대전시 현장 업무보고는 이튿날인 12일에도 계속 이어진다. 권 시장은 서대전역과 119시민체험센터에서 현장보고를 받고, 체험센터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마지막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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