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기원전 239년. 진왕이 권좌에 오른 지 벌써 팔년의 세월이 지나 스무 살이 되던 때였다.

진왕은 상국 여불위의 집에서 ‘여씨춘추’ 확립을 축하하는 연회가 있었다는 소식을 새벽녘에야 접했다.

그는 초저녁부터 침전에서 처음 본 궁녀와 함께 뒹굴고 있었다. 헐떡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안고 뒹굴고 업고 뒤치락거리던 중이었다. 침전 문밖으로 간간이 말소리와 함께 묘한 비음이 섞여 나왔다.

“대왕마마. 너무 거치오니다.”

“가만히 있으라. 내 너에게 지정을 베풀고자 하질 않느냐?”

이불깃이 서로 비벼지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상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대왕마마. 조금은.....아프옵니다.”

이번에는 계집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벽에 둔탁한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도 이어졌다.

“허허 거참.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따르는 법이니라.”

곧이어 찢어지는 간성이 문밖으로 새어나왔다. 산천초목이 바짝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비수에 맞은 듯했다. 무슨 변고가 내실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란 짐작이 오갔다.

“아이. 대왕마마.”

계집의 교성이 새어나왔다.

“조금만 참아라.”

진왕의 나직한 목소리가 귓불을 지나 밖으로 새어나왔다.

문밖에 선 내관은 여불위의 집에서 연회가 있었다는 소식을 고하여야 함에도 일이 끝나기 전이라 동동발만 구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소식을 먼저 전하라는 왕명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왕이 침전에서 여흥을 즐기고 있는데 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한 가슴만을 쓸어내리며 군침을 삼켰다.

“이제 됐느냐?”

진왕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이참 대왕께옵서는....”

궁녀가 비음을 내며 간교를 떨었다. 약간의 소음이 침전에서 새어나오다 이내 그것은 박자를 맞추었다. 침상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는 듯하면 이내 부조화를 이루는 소음이 새어나왔다. 풀썩거리기도 했고 쿵쾅거리기도 했다. 소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하면 고양이가 높을 곳을 향해 뛰어오르며 내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기기묘묘한 소리가 다 새어나왔다.

그로부터 얼마지 않아 침전에서는 한차례 태풍이 몰아쳤다.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이내 천둥이 쳤다. 또 천둥이 치는가 싶으면 번개가 일었다. 문풍지가 떨었고 천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수시로 들렸다.

내관은 마른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이고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젊은 진왕의 거친 숨소리는 멎을 줄 몰랐다. 계집은 죽는다는 소리를 여러 차례 내뱉고도 또 되살아나며 숨을 몰아쉬었다. 요술을 부리는 재주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진왕의 거친 숨을 즐기는 듯 하면서도 자신이 죽겠다는 말을 연거푸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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