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계집인고?”

내관 조고를 불러 물었다.

“대왕마마.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매일같이 궁녀들과 노니신다면 옥체가 크게 손상될까 우려되옵나이다.”

내관 조고가 고개를 조아리며 조바심 난 목소리로 말했다.

“허 그놈, 어떤 계집이냐고 묻질 않느냐?”

진왕은 큰 덩치에 걸맞게 너털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는 덩치만큼이나 담대했다. 키가 6척 반에 달했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코는 매부리코에 입은 호랑이 입을 하고 있었으므로 누구나 그의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릴 만큼 위압감을 주었다. 게다가 성질이 급한 관계로 신하들은 그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를 모시고 있는 내관들에게는 남달랐다. 웬만한 잘못이 있어도 참아줄 만큼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관들은 남몰래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런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믿지 못한다손 치더라도 내관들에게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진왕의 참뜻이었다.

그들마저 자신을 저버린다면 오로지 혼자 구중궁궐을 지키고 있다는 쓸쓸함과 소외됨이 스스로를 못 견디게 할 것 같아서였다.

자신은 왕이지만 돌아보면 누구도 자신을 감싸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왕들이 그러했듯이 내관들이 자신을 보필하지 않는다면 언제 사약이 음식에 섞여 들어올지 모를 일이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내관들에게 유달리 사랑을 베풀고 있었다. 내관들도 진왕의 뜻을 알기에 그의 비위를 맞추며 또 그를 지켜주려 노력했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이 진왕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왕마마. 오늘은 옹에서 온 궁녀이옵니다. 살결이 달빛처럼 희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유난히 검고 윤이 나기에 대령 하였사옵나이다.”

“옹이라. 그곳은 선왕들이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 아니더냐?”

“그러하옵나이다. 말끔히 목욕단장하고 채비를 모두 끝냈사옵나이다.”

“그럼 무엇을 꾸물대느냐. 빨리 들라 이르지 않고.”

조고는 옹에서 왔다는 궁녀를 침실로 안내했다. 

진왕은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문을 열고 들어선 궁녀의 모습을 관찰했다. 그녀는 내관의 말대로 미색이 빼어났다. 작은 얼굴은 달덩이처럼 해맑았고 머리는 길게 늘어뜨려 미풍에도 흩날렸다. 가슴은 적당히 부풀어 올랐고 엉덩이는 탐스러울 만큼 농익어 있었다. 발꿈치를 들고 들어서는 모습과 옷깃을 날리며 사뿐히 앉아 절을 하는 모습 어느 한 구석도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래 옹에서 왔다고 했더냐?”

“그러하옵나이다 대왕마마.”

계집은 목소리를 낮추고 다소곳이 대답했다.

“그런데 어찌 이제야 과인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고?”

“.......”

계집은 진왕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얼굴을 붉혔다.

“너의 미색이 너무 빼어나기에 하는 말이로다.”

“황공하옵나이다.”

그제야 작은 한숨을 돌리며 조용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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