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지역주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

왼쪽부터 충청대망론 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영·호남이 주고받았던 정권, 국회 예결위원장도 거기로 따라갔다. 그러니 그전까진 예산이 다 그쪽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충청권에선 제가 처음 예결위원장이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바른정당으로 옮긴 홍문표 의원(3선. 충남 홍성·예산)이 2년 전 새누리당 시절 기자와 나눈 인터뷰 중 한 말이다. 홍 의원은 19대 국회 충청권 최초 예결위원장을 지냈다. 충청권 최초 예결위원장이 19대에 와서야 나왔다는 점은 충청권 정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기문·안희정·정운찬·이인제, 충청대망론 본뜻 알아야

탄핵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정국에 충청권 출신들의 대선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반기문(72)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희정(51) 충남지사를 비롯해 정운찬(69)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이인제(68)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즐비하다. ‘충청대망론’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그런데 충청 출신 잠룡들은 충청대망론을 그저 한낱 ‘지역주의’로 치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지적하고 싶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해 9월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충청대망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다른 곳이 백번 지역주의 정치를 한다 해도 충청도는 지역주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그러면서 “중부권 대망론이나 충청대망론이라는 것은 새로운 통합과 미래를 향한 지도자를 너무 지역에 가둬놓는 어법이다. 저는 그 어법을 동의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운찬 이사장은 16일 국회 출입 충청권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충청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화이글스 우승한 것처럼 좋지 않겠느냐. 하지만 영·호남이 했으니, 이번에는 충청도가 꼭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충청대망론=지역주의' 해석하는 어리석은 도민 없어

최근 귀국해 광폭적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 전 총장 역시 충청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충청대망론에 대한 쏠림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충청대망론은 이들 임의대로 단정해선 안 된다. 그들이 말하는 ‘충청대망론=지역주의’란 말도 안되는 등식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 적어도 충청도민은 아니다. 충청권이 차기 정권을 잡을 경우 중앙의 경제력 약화를 우려한 수도권에서 양산된 ‘프레임(Frame)’이다.

충청도민들이 열망하는 ‘대망론’은 그것이 아니다. 그동안 영호남 패권주의에 상대적으로 홀대 받았던 충청의 권익을 지켜내자는 간절한 열망이다. 그것이 예산권이든 인사권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다면 충청 출신의 대권 주자들은 오히려 이 충청대망론을 앞장서 주창해야 한다.

충청대망론=균형발전=대통합=동반성장과 ‘연결’

충청대망론은 불균형의 균형,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안 지사의 ‘분권’, 반 전 총장의 ‘대통합’, 정 이사장의 ‘동반성장’과 결국 맞닿아있다.

물론, 다들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충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표를 의식해 차마 ‘대놓고’ 표현하기에 어려워서 일수도 있다. 그럼 매번 대선 때마다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충청을 잡아야 대선을 승리한다는 공식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말마따나 충청을 얻지 못하면 천하를 얻을 수 없다. 그들이 경계하는 “경상도랑 전라도가 여태 해 먹었으니 이번에는 충청도가 해 먹을 차례”라는 논리로 충청대망론을 말할 어리석은 충청도민은 없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애써 감추려들기 보다, 오히려 떳떳하게 내세워야 한다.

충청도의 암울한 현실은 그동안 선배 정치인들, 어쩌면 잠룡 본인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과 대통합, 동반성장을 위한 충청대망론을 말도 안 되는 지역주의로 폄훼하지 말라. 그 순간 충청도민들은 당신들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문표 의원이 해준 ‘웃픈’ 얘기를 소개한다. “서울에서 전국 장애인 행사가 열렸다. 체육관에 들어오는 참석자를 보니 영남에서 온 사람들은 전동 휠체어를, 호남에서 온 사람들은 일반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런데 충청도에서 온 사람들은 목발을 짚고 들어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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