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입당 계획, 새누리당·국민의당 가능성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 명절 이후 어느 정당에 입당할 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 보다 바른정당을 택할 것이란 분위기가 많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구애를 받아 온 반기문(72) 전 유엔사무총장의 몸값이 하락하고 있다.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결국 바른정당에 입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귀국 이후 정치행보를 통해 지지세를 확장시키기는커녕 연이어 구설에 휘말리면서 '반 전 총장이 과연 대선레이스를 끝마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를 지렛대삼아 '추대' 수준으로 대선후보 반열에 오를 것이란 이전 예상과 달리, 반 전 총장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경남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면서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입당 여부를 결정하겠다. 지금껏 대통령이 된 사람 중 당에 속해있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다"며 "설 이후 어느 정당과 함께 할지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潘 "설 이후 어느 정당 택할지 밝힐 것"

연일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강행군하면서 정치적 결사체나 지원세력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정당을 택할 경우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보다는 바른정당으로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 전 총장은 “탄핵사태로 당이 쪼개지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에 들어가 경선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어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근혜=새누리당’이란 국민적 부정 여론과 분당에 따른 내홍도 새누리당을 선택지에서 빼낼 만한 이유가 되고 있다.

국민의당도 지난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안철수 전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지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자강론(自强論)’을 앞세워 연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반 전 총장 입당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강론에 맞서 연대론을 주장하는 당내 세력이 존재하고 있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바른정당의 경우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 전 총장의 입당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바른정당 입장이 반 전 총장 영입에 성공한다면 창당(24일) 이후 짧은 시간 내 조기 대선 정국에 연착륙할 것이란 시각이다. 새누리당과의 차별성과 더불어 세 확장을 꾀할 ‘기반’을 확보할 수도 있다.

충청권 유일 바른정당 소속인 홍문표 의원(3선. 충남 홍성·예산)은 19일 대전KBS 라디오 ‘생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새누리당 친박 실세를 뺀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 의원은 충청권 의원들을 비롯한 새누리당 선출직 인사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에는 “밥상을 차려놓으니 수저 들고 밥 먹겠다고 하기 보다, 밥상을 같이 차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바른정당에 입당하면 국민의당이 가진 호남 지지기반을 얻기 힘든데다, ‘정치교체’와 함께 내세운 ‘진보적 보수주의’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25일 각각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의 경선 대결도 불가피하다.

'제3지대 연대론' 동력 떨어질 듯

반대급부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합류한다면 이른바 ‘제3지대 연대론’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분당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인명진 식 인적쇄신’ 카드가 효과는 보지 못하지만, 극심한 내홍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경선 룰 작업에 착수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비문(非문재인)의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박선숙 의원(비례)과 김수민 의원(비례)이 최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대오를 재정비 했다. 여기에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가 선출되면서 안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판을 흔들만한 정당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이런 시점에서 반 전 총장이 조기 입당하면 손학규, 정운찬 등 제3지대 주자들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전 개헌의 물리적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제3지대론의 어려움은 배가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설 명절 직후 어느 당으로든 들어간다면 제3지대 연대의 경쟁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면 원외 3지대 주자들도 정당 입당을 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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