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5시간 즉문즉답, 쌍방향 소통 이루어졌나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대학로극장에서 5시간 즉문즉답을 마친 뒤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은 일종의 ‘퍼포먼스’를 가미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출마자에 대한 기억을 뇌리에 잘 새길 수 있다.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출마선언문을 읽고, 끝나면 몇 개의 기자들 질문에나 대답하고 마는 출마선언은 그래서 딱딱하다.

그 딱딱함을 버리고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5시간 동안의 ‘쌍방향 소통’을 택했다. 장소는 서울 대학로 극장과 온라인의 사이버 공간. 그 안에서 안 지사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와 지지를 호소했다. 안 지사나 그의 캠프 차원에서는 지지율 반등을 노린 '모험'이기도 했다.

안희정이 혼자 몰고 간 '5시간 무정차' 토론

360석의 대학로 소극장은 몇 자리를 빼곤 다 찼다. 국내외 페이스북 라이브 시청자는 평균 1000명이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출마 선언을 했다는 점은 ‘전무후무’라는 콘셉트만큼 특이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수현 대변인은 행사 직전 “중간 중간 (퍼포먼스 등)프로그램을 넣으려고 했지만, 안 지사께서 국민들과 5시간 소통을 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을 다 없앴다. 안 지사 혼자 오로지 5시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크다. 소통하고자 하는 (안 지사의)진심을 언론인들께서 잘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도 첫 마디에 “5시간동안 즉문즉답을 나누고자 하는 것은 제 박식함이나 민주주의자로서 훈련돼 왔음이나 제 똑똑함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희망을 얘기할 5시간을 만들려고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전무후무 즉문즉답’이란 콘셉트 평가는 엇갈렸다. 전문MC가 아닌 안 지사가 혼자 5시간의 토론을 끌고 가면서 지루함이 만만치 않았다. 협소한 장소에서의 장시간 대화도 갑갑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질문과 객석 질문은 다양하게 쏟아졌지만, 한 질문마다 답변이 길어지면서 다분히 ‘정적(靜的)’으로 흘러갔다.

콘셉트만 '전무후무', 내용은 기존 입장 재확인에 호소 수준

안 지사는 이날 온라인과 온오프 실시간 중계로 특이한 출정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특이함을 넘어선

실례로 오전 10시에 시작한 즉문즉답은 1시간 동안 불과 2개의 질문과 답변에 그쳤다. 하나의 질문과 답변에 30분이 걸린 셈. ‘5시간’이란 시간적 여유가 ‘늘어짐’을 부르기 충분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도 특별함이 없었다. 그동안 방송토론회나 기자회견, 특강 등을 통해 안 지사가 강조한 가치관과 발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 정당정치, 민주주의, 시대교체라는 일관성을 재확인한 정도였다.

다른 후보가 내놓지 않은 가장 특별한 공약을 묻는 질문에 그는 “87년 민주항쟁 이후 6번의 정부를 거쳤다. 외교, 안보에서부터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들을 축적했다. 그래서 저는 30년의 시간을 축적해 통합의 미래비전을 후보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거짓말 안하고 싶다. 제가 가진 진심으로 사는 것이 굉장한 용기”라는 대답도 다분히 추상적이다.

오히려 오후 2시부터 10여분간 ‘깜짝 출연’한 남대전고 후배이자 커밍아웃 배우로 유명해진 홍석천 씨,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참석한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허리둘레 재기 퍼포먼스가 더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온오프라인에서 안 지사와 소통하려고 했던 유권자들은 그동안 안 지사에게서 보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습들-그것이 연애담이든, 춤 실력이든, 참신한 공약이든-을 보고 싶고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안 지사 혼자 이끌어 가던 즉문즉답 토론회에 깜짝출연한 홍혜걸-여에스더 부부가 안 지사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허리둘레를 재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기자는 출정식 뒤 안 지사에게 출정식 콘셉트의 만족감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민주주의자로서의 제 심정을 얘기할 좋은 공간이어서 저는 매우 만족한다. 어제 저녁까진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으면 어쩌나 생각했다. 즉문즉답이 치기어린 만물박사 정치인 코스프레로 비쳐지면 어쩌나 싶었다. 그러나 오늘 진행을 보면서 매우 좋은 대화였고, 앞으로 이런 대화가 새로운 민주주의 좋은 사례가 되기 바란다.”

2~3시간이면 적정했을 시간을 ‘5시간’이란 ‘전무후무’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반복’과 ‘강조’ 사이를 안 지사는 혼자서 분주히 오갔다. 그리고 본인만 "매우 만족"했다. 특이하긴 했지만, 특별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지막 객석 질문에 나선 한 중년 인사는 안 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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