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학생인권을 보장하면 교권이 무너진다”, “학생들이 동성애 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것이다.”
지난해 4월 25일 대전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려고 공청회를 열었으나, 일부 세력이 이와 같은 주장으로 소란을 피워 시작도 못하고 접어야 했다.

발의 의안에 대한 공청회가 무산되어 조례 입법기관으로서의 권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고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도록 이도저도 아닌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교권보호조례도 함께 제정하여 반대 의견을 달래보아야 한다는 소리에도 소극적이었다.

이 조례안에 담긴 정신은 누구나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학생이라는 이유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교사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은 무엇에 근거한 주장일까? 또 동성애와 학생인권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학생들의 인권 보장으로 인해 학생들이 교사들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고 덤빌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과연 옳은 것일까?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결국 이 조례안이 제정되어 시행하고 있는 경기, 광주. 서울. 전북 등의 지역에서 교권이 무너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반대할만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도 제정을 앞두고 비슷한 반대가 있었지만, 정작 시행되고서는 우려하던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조례안으로 학생들이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 줄 알고 있지만, 학생부 규정은 엄연히 존재하고 일부 규정만 완화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통과되면 교사와 학생들 간 갈등 증폭?

그런데 올해 들어 1월 19일, 죽은 줄만 알았던 대전학생인권조례안은 살아 돌아와 의원 발의로 시의회 교육위에 상정이 된다. 이 조례안은 학생인권의 보장 원칙과 교육감 및 학생의 책무를 정하고 학생인권증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학습 및 휴식권 보장, 개성의 실현과 사생활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논의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들이 주된 흐름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여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발언들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교사와 학생들 간의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또 학생들의 기를 너무 살려주면 교권이 침해될 수 있다. 학생들의 기가 너무 살면, 학생들을 다루기가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학교 교칙에도 인권개념이 있지 않느냐. 이 조례가 제정되면 학생과 교사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권리와 선택권을 주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질 수 있다. 자율학습거부권에 대해서도 선생이 어느 정도 학생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 '거부'라는 권리를 안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발언들로 심의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결국 의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해보고 보류되고 말았다. 문제의 의원 발언들이 알려지자, 보류에 실망한 교사들의 발언이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왔다.
“학생들이 무슨 물건인가? 다루기가 힘들게. 학생들이 지금 이 땅의 어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본적은 있는지. 학생들에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묻고 싶다.”

"학생들의 기가 살면, 다루기가 힘들어 진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교사들의 기가 살면, 다루기가 힘들어 진다’로 들리기도 하네요.“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훌륭한 교육적 가치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면 상대적으로 교권이 침해된다면서 학생과 교사, 양자를 대립적인 관계로 설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바탕이 없다면 가르침은 헛것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교사의 수업을 좋아하고, 교사의 부름에 호응한다. 학생과 교사는 모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다. 어느 쪽의 권리를 희생해야 다른 쪽의 권리가 신장된다고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너희들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남의 인권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자체가 훌륭한 교육적 가치이다.
존중받는 인격이 다른 인격을 존중할 줄 안다. 모든 사람들은 학생들이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자라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인권이 소중하며,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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