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29>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대부분 동결하는 분위기다. 지난 8년간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했던 서울대가 일찌감치 0.36% 인하를 발표하자 다른 대학들도 인상은 꿈도 못 꾼 채 동결이나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한남대가 올해 등록금을 0.24% 인하한 데 이어 충남대와 한밭대, 여타 사립대학들도 동결을 결정했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올해 등록금을 1.5% 내에서 올려도 되지만 인상하겠다는 대학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학부모들의 부담 가중, 반값 등록금 압박 등 사회 분위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의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해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3년 대학 진학자 수 2015년보다 55% 줄어든 24만 명

대학이 위기라는 말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정부의 구조조정이 아니더라도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는 대학들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53만 명에 달하던 대학 진학자 수가 2023년이면 절반 이하인 24만 명으로 급감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향후 10년 내 우리사회의 중대 이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학령인구 급감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부실경영을 초래해 대학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전남의 4년제 대학인 한려대와 같은 재단인 서남대 의대처럼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대학도 나왔다. 두 곳 모두 교육부의 부실대학으로 지목된 학교지만 문어발식 설립과 운영을 해 온 비슷한 처지의 대학들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강의실과 기숙사 등 외형적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는 모양이다. 2016년 대학들의 교사(校舍) 확보율은 140%로 법정기준을 훨씬 넘어섰으며 2012년 124.6%에 비해서도 15.7%p나 증가했다. 캠퍼스를 추가 건립해도 쓸 학생이 없을지 모르는데 대학은 아직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동안의 대학교육이 기억과 이해 위주의 반복 학습이었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융합적 사고와 통찰력을 지닌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게 관건이다. 학교와 학과에 상관없이 잘 가르치는 교수에게 학생이 몰리고 경쟁력 있는 대학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과 학과 간 장벽을 허무는 융합형 교육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

2016년 대전지역 대학들의 연간 등록금 현황. 대학알리미 자료 발췌.
대학과 학과 간 장벽 허무는 융합형 교육체제로 전환해야

2030년이면 기존 일자리의 절반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할 텐데 대학이 전공 간, 학문 간 융합학습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채 건물만 늘리는 구시대적 교육을 고집한다면 자멸이 뻔하다. 대학 간판보다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들의 자동 도태는 당연한 결과다.

부산에 있는 경성대와 동서대는 지난해 말부터 도서관과 공연장 등 시설물 공동사용에 들어갔으며 3월 신학기에는 두 대학의 정규과목인 영화의 협동수업을 시작한다. 학생의 이동 없이 교수가 상대 학교에 출장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강의와 교수를 공유함으로써 학생들의 수업 질과 선택 폭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리지역 대학들도 활용해 봄직하다.

미래 대학은 시간적·물리적 공간이 해체되는 것은 물론 사이버 공간과의 경계마저 허물어져 원하는 수업을 편리한 곳에서 선택해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등록금 1% 올리고 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대학은 위기 원인을 외부로 돌린 채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스마트 시대에 걸 맞는 지속 가능한 학습공간으로의 혁신을 모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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