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은 붉게 달군 인두가 대령됐다.

“사실을 대왕마마께 고하렷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라.”

경호대장인 위위가 친국을 돕고 있었다.

뼈가 나올 만큼 인두질은 계속됐다. 노애의 고통소리가 궁 안이 떠나갈 듯 크게 퍼져갔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국문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예리한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등 갖은 고문이 이루어졌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모든 고문방법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진왕의 노기는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 태후에 대한 분노가 고문 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인간적으로 태후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젊은 환관을 불러들여 정을 통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것을 목격한 이상 용서할 수 없었다.

선왕의 사랑이 부족했고 그래서 늘 혼자 궁을 지켜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종종 태후궁을 찾아 문안을 여쭙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승상 여불위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거동을 멈추었던 터다. 도리어 그것이 분노가 되어 가슴속에 하나 둘 쌓였다. 고초를 이기지 못한 노애는 결국 모든 것을 진왕에게 털어놓았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중부인 여불위가 벌써 오래전부터 태후와 정을 통해 왔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불위는 진왕이 성장하면서 태후와 정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혹여나 왕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진왕을 쥐도 새로 모르게 없애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왕을 없애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가  친자식이었으므로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차일피일 미루며 속을 졸였다. 더욱이 태후가 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므로 단번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여불위와 태후가 진하게 놀이판을 벌이고 난 뒤였다.

“중부께서 태후궁을 찾아주시지 않으면 내 무슨 재미로 살겠소. 구중궁궐에 앉아 하늘만 쳐다보기에는 아직 피가 너무 뜨겁답니다.”

태후가 나른한 표정으로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태후마마. 신이 이곳을 드나들며 지정을 나눈 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대왕께서 성숙하시니 날이 갈수록 두려움이 앞섭니다.”

여불위 역시 옷을 주워 입고 앞가슴을 여미며 말했다.

“누가 알겠소. 중부께서 태후 궁에 일이 있어 오신 줄로만 알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랫것들에

게도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 두었으니까요.”

태후는 동경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며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졌다.

“오늘 태후마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니 지난날이 상기됩니다.”

“지난날이라니요?”

“선왕과 태후께서 처음 만나시던 날 말입니다.”

여불위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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