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중등 교사들이 교직생활 중 한 번쯤 꼭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일 것이다. 초·중·고 12년을 마무리하는 고3생활은 학생들로서는 진로문제로 어려운 때지만 그만큼 인생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졸업생들의 반창회도 대부분 고3시절과 연관되고,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고3때의 담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국·영·수 같은 주요 입시 과목교사가 아니면 고3담임을 맡기도 어려웠고, 교사들 간에도 경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학교 경영자에게 밉보인 교사들은 하고 싶어도 주어지지 않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런 고3담임을 이제는 서로 기피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써낸 수백 개의 학생독서기록들은 학생들이 정말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인터넷에 나온 간단한 독후감이나 책 소개를 그대로 베낀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으로 인간적인 어떤 영향을 받거나 끼쳤을 것이라고 학생부에 써대는 나는 뭐하는 건지….”
“되도록 아이들에게 유리하도록 써대는 것이 때로는 괴롭다. 부풀려 과장하다보면 작가도 아니고 이건 뭐하는 건지….”

“기본적인 것만 기록된 학생부라 해도 여덟 장은 된다. 어느 정도 관리한 학생들의 경우 스무 장이 넘는다. 그러니 학생부 기록을 해주는 교사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교사추천서를 쓰는 것도 고역이다. 심사하는 대학 관계자들을 고려하여 그들의 입맛에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내용을 교사들끼리 정보로 교환하여야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고3 담임교사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말들이다. 입시가 다가올수록 상담하랴, 추천서 쓰랴 정신이 없다. 게다가 학생부는 학생 본인에게 공개하다 보니 민감한 학생들이 수시로 찾아와 사소한 사항에도 마음에 안 든다고 수정을 요구하고, 부모까지 나서는 형편이라 교사들은 내용을 써 넣는데 심리적 부담이 크다.

학생부전형 관리 가능한 부유층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성

대학교 입시에서 수시 지원이 70%가 넘고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학생부 전형이다. 입시전형에서는 학교나 학과마다 지원하는 성적들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학생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학업 성적이 비슷할 경우 관리가 잘된 학생부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전자가 합격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학부모들까지 나서서 관리한 학생부의 경우 스무 장이 넘는 기록이 남는다. 매일같이 야간자율학습에다 주말에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다니는 학생들이 봉사활동과 각종 체험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체계적이고 수준급으로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나서서 관리해주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학생부 전형은 관리가 가능한 부유층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유전명문(有錢名門), 무전지잡(無錢地雜)’이라고 말해도 뭐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한다.

이러한 학생부 전형에 대한 회의가 대두되면서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과거처럼 수능 점수가 좌우하는 정시 위주의 입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능 점수야말로 가장 정직한 땀의 결과라 할 수 있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점수도 비싼 과외와 유명 학원에서 맞춤식 학습으로 일찍부터 관리되고 훈련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학생부에 기초한 입시 전형이 갖는 장점은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이 이 기록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인재를 선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데 있다. 학생의 능력과 소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성적과 출석,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체험활동, 취미, 특성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로는 알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학생부를 통해 드러난다.

학생부 공정성 유지 위해 현장교사들 의견 수렴해야

학생부 입시 전형이 인재를 선별하는 데 있어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전형을 발전시키고,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이 교사들에게는 부담이 크고, 일부 부유층에게는 유리하게 관리될 수 있다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학생독서기록은 독서 이력을 통해 학생의 사상과 생각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이는 자칫 인간의 사상을 국가에 의해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또 학생들의 자의적인 과장이 가능하고 하나하나 점검하기도 어렵다. 심층 면접을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독서 경험의 기록은 없애도 될 것이다. 최근 외부 수상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게 한 것은 나름 긍정적이지만 이에 따라 학교마다 각종 내부 상을 남발하고 있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수정된 내용으로 인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학생부는 학생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들의 장점과 소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하여야 한다. 학생부가 입시에 종속되다 보니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공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계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학생부의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장교사들의 토론을 거쳐서 의견 수렴을 광범위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충을 피부로 느끼는 교사들이 해결책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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