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걸음으로 태후궁을 나선 여불위는 그길로 사가를 향했다. 나름 생각이 있어서였다. 사가에 당도한 그는 아랫사람을 시켜 노애를 불러들였다. 그는 일찌감치 눈여겨 둔 사내였다. 자신의 문전에서 천대받고 자란 아이였다.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미색이 수려한 미소년이었다. 직분과 달리 귀티가 나는 뽀얀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 입술은 가솔들의 군침을 돌게 했다. 때문에 그는 자라면서 남몰래 손을 많이 탔다.

때로는 기방에서 때로는 여비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심지어 내당의 마님들조차 그를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심심찮게 불러 그를 놀이게 삼았다. 그만큼 몸 하나는 일품이었다. 사내들이 보아도 군침이 돌 지경이었다. 단단한 근육과 강건한 허리 그리고 훤칠한 풍모는 아녀자라면 누구라도 탐이 날만했다. 말 그대로 몸짱 이었다.

여불위는 자신의 거처로 노애를 불러 말했다.

“내 너에게 특별히 주문할 일이 있어 불렀노라. 일이 잘되면 출세 길이 열릴 것이니라.”

“폐하 어찌 저같이 미천한 놈이 출세를 바라겠나이까?”

노애가 여불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여불위는 그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러자 깜짝 놀란 노애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만 이것은 너와 나만의 비밀이니라. 알겠느냐?”

“예 상국폐하.”

“만약 입을 잘못 놀린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라. 알겠느냐?”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상국폐하.”

중부 여불위는 거듭 확약을 다짐받았다.

그리고 노애에게 생식기를 없애는 궁형을 가하는 흉내를 냈다. 무슨 일이든 성사되려면 고통이 따르는 법. 생식기에 깊지 않은 상처를 내고 그곳에 약을 짓이겨 발랐다. 이어 면포로 생식기를 감싸 실제로 그가 궁형을 받은 것처럼 소문을 냈다. 가랑이를 벌리고 엉거주춤 걸어다는 모습이 누가 봐도 궁형을 당한 외양이었다. 의심할 이가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몇 가닥 나지 않은 수염을 모두 뽑아낸 다음 그를 환관으로 위장시켜 태후의 시중을 들게 했다. 노애는 그렇게 태후 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중부께서 천거한 것이 너였더냐?”

“그러하옵니다. 태후마마.”

태후가 시중을 들기 위해 궁에 인사를 온 건장한 환관을 불렀다. 그는 태후가 보기에도 출중했으며 미모가 남달랐다. 아녀자의 마음을 살만큼 단단했고 수려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건한 몸매는 궁내 여식구들이 곁눈으로 살펴 볼만큼 탐스러웠다. 잘 조련된 경주마처럼 아름다웠다.

“그래 이름이 뭐라 했는고?”

“노애라고 하옵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오늘부터 네가 내 시중을 들겠다고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태후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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