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박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의 반격

지난 달 31일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한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홈페이지.

지난 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이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두 달 여 전인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는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분노와 허탈감에 빠졌을 때 조용히 타 올랐던 촛불은 탄핵안 가결을 기점으로 무섭게 번져갔다.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 또 그 세력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사실을 목도한 국민들은 맹추위에도 촛불을 들었다. 그동안 촛불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질서정연함과 성숙한 민주주의는 세계도 인정할 만큼 돋보였다.

세계가 인정한 평화집회, 혐의 인정않는 박 대통령

지난 주말.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14차례 피어오른 광장의 촛불은 100일에서 하루 뺀 99일째를 맞았다. 이날 본 집회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규탄과 영장 재청구를 촉구하는 사전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어쩌면 국민들은 금세 적폐가 해소되고 국정이 정상화 될 줄로 믿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비롯해 주변세력들은 아직도 철저한 반성과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에 한 번도 직접 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해 첫날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갑자기 불러내더니, 설 명절 직전에는 보수성향의 언론매체와 단독 인터뷰하는 등 장외 여론전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같은 날 특검에 첫 강제소환 되던 최순실 씨도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동시다발적 공세를 취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그간 대리인단 답변서 형식으로만 대응해오던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의견서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 사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게다가 재판부가 다시 써 오라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행적은 추가 자료를 내지도 않았다.

탄핵 소추 정당성 흔들기..반격의 승부수, 최후는?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앞서 지난 1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인 이중환 변호사는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라고 주장했다. 국정농단이 불거진 시초를 '내연 관계'로 몰아 고 씨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 탄핵 소추의 정당성 자체를 허물려는 반격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또 보수언론과의 인터뷰 당시 구체적인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거짓말로 쌓아올린 큰 산, 누군가 기획하고 관리했다”고 했다. 최 씨도 그동안 변론에서 줄곧 고 씨가 국정농단 의혹을 기획하고 조작했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는 지난 3일 특검의 압수수색도 불허했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해 유감이라고도 전했다.

쪼개진 집권여당, 정권 연장의 꿈은 계속된다

국정농단 ‘부역자’로 코너에 몰린 집권 여당은 둘로 쪼개졌다. 말로는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겠다며 무릎도 꿇었다. 그러면서 한 쪽에서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반기문’이란 그럴듯한 후보가 사라지자 후보감 찾기에 더 동분서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무려 10명 가까운 인사들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자,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 당을 불임정당이라고 했지만, 다산(多産)체제로 들어간다”며 반격에 나설 태세다. 일부 대선 후보들은 지난 주말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가해 태극기를 들었다. 바른정당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등판 설’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지내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이 빠진 보수진영에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황교안 책임론은 경선에서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영입에 눈독 들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황 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은 않은 채 웃고만 있다.

지난 연말까지 1000만 명이 치켜 든 촛불에 박 대통령과 그 세력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반격에 나선 분위기다. 대통령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모르쇠와 여론전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다. 재판장에 나와 떳떳하게 제기된 의혹을 밝혀야 한다.

또 대통령을 따르던 정치세력들은 ‘정권 창출’이란 정당의 기본적 목표를 내세우기에 앞서 민심 앞에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보수를 아끼고 존중하는 국민,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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