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맛집>신성동 장터 수구레국밥, 가장동 수구리 원조 풍년식당

대전 수구레맛집. 신성동 장터 수구레국밥, 가장동 수구리 원조 풍년식당

최근 각종 방송에서 수구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구레 국밥과 수구레 전골 등이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구레는 국밥처럼 끓여서 말아 먹거나 전골과 볶음은 식사로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사이에 붙은 피하조직을 부르는 명칭이다. 경상도 쪽에서는 수구리. 소구레라고 부른다.

장터 수구레국밥
원조 수구리 풍년식당의 수구리전골

수구레는 소의 가죽 안쪽의 쫄깃한 아교질 부위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 서민들에겐 소고기 느낌이 나는 최고의 영양공급원이었다. 가죽에 붙어 있는 살코기 하나라도 버릴 수 없어 탕으로 끓여먹기 시작했다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음식이다. 수구레 고기는 소 목덜미 아래 특수부위로 지금은 쫄깃한 식감에 저지방 웰빙식품으로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힌다.

고기와 가죽의 사이인 만큼 비계처럼 느끼할 것 같지만 부드러우면서 꼬들꼬들한 식감은 고기 맛 이상이다. 질기면서도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나 한번 맛들인 이들은 잊지 않고 찾게 되는 맛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과 지방성분이 거의 없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으로 돼 있어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씹을 때 콜라겐 성분 특유의 쫀득쫀득하고 탄력 있는 식감덕분에 일부 미식가는 수구레를 소고기 여러 부위 중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무릎 관절개선에도 효과적이고 비타민 B1이 함유되어 신경계질환인 각기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수구레는 소한마리에서 2㎏정도 나온다. 수구레는 잘 끓이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가 어려우므로 끓이는 법이 꽤 까다롭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구레를 다룬 경험이 있어야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전골이나 국밥으로 끓여지기 전까지 정성을 들여 손질을 엄청나게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수구레로 끓인 수구레전골과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한 집 2곳을 추천한다.

1.장터 수구레국밥 (042-867-7555)

야생레포츠 즐기는 박지숙 대표가 만든 대전 유일 수구레국밥집

장터 수구레국밥(대표 박지숙, 43)은 한우사골과 잡 뼈로 우려낸 육수에 수구레와 콩나물, 얼갈이배추, 무, 느타리버섯 등을 넣고 끓여 뚝배기에 담아낸다. 사골엑기스나 분말 등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가마솥에서 우려낸 사골육수만 사용한다.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재료를 사용해 맛을 낸다. 수구레는 2시간 이상 삶아 손질을 한 다음 얇게 썰어 국밥에 넣는다.

장터 수구레국밥
선지 수구레국밥

국밥은 자극적인 맛이 아니기 때문에 화학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깔끔하고 진한 느낌이다. 먹어보면 금방 안다. 수구레국밥은 하루 70그릇만 판매한다. 그날그날 분량을 준비하기 때문에 주방은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종료시간 오후 3시에 관계없이 문을 닫는다. 깍두기는 직접 담는데 소금대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게 특이하다. 배추겉절이도 그날그날 신선하게 무쳐 나온다.

박지숙 대표는 순천이 고향으로 충남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모바일게임회사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하지만 답답함을 느껴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고 의류업을 10년 동안 하면서 장사수단을 배웠다. 그러다 지인을 따라 세종 조치원에서 먹어본 수구레국밥의 매력에 빠져 수구레에 관한 요리를 배우게 되면서 2015년 10월 장터 수구레국밥이 탄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수구레가 일반적이지 않고 생소해서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먹어본 손님들로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단골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애경기술연구원 앞에 있는 정터 수구레국밥 전경
박지숙 대표

초창기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는 박 대표는 인조 미끼를 이용해 공격성이 강한 어종을 낚는 루어낚시 광이다. 그리고 캠핑과 포장된 도로 이외의 장소를 차량으로 통행하는 오프로드(Off-road) 등 야생레포츠를 즐긴다. 아직 미혼이다.

“점심만 하는 이유는 손님들한테 밝은 모습을 보이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수구레국밥. 선지수구레국밥7000원. 오전10시30분-오후3시. 일요일.공휴일 휴무. 64석. 대전 유성구 신성남로117(신성동 125-10) 애경기술연구원 정문 앞.

2.수구리 원조 풍년식당(042-525-3306)

이정의 할머니 손맛이 있는 45년 전통의 수구레전골 원조집

원조 풍년수구리는 수구레볶음과 수구레전골로 유명한 곳으로 올해 80세 인 이정의 대표가 1972년 창업해 45년 된 대전 수구레 원조집. 지금은 셋째아들과 며느리가 수구레 요리를 배우면서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풍년식당의 수구리 볶음
풍년식당의 수구리 전골

허름한 곳이었지만 몇 해 전 새 단장으로 깨끗해졌다. 간판에는 수구레가 아닌 수구리로 되어 있다. 수구레볶음은 별도 육수를 만들지 않고 깨끗하게 손질된 수구레와 콩나물과 양파만 넣고 볶아낸다. 볶음이지만 국물이 조금 자박하다. 찜처럼 볶아내는데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밥하고 먹어도 좋지만 술안주로 그만이다. 쫄깃한 수구레와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서 입안을 즐겁게 만든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 특제양념장 맛이 비법이다.

수구레전골 역시 별도 육수를 내지 않고 특제 양념장이 비법. 수구레와 콩나물만 넣고 끓이는데 볶음과 달리 당면이 들어간다. 수구레 양도 많고 콩나물도 수북하다. 전골을 먹으면 입안에서는 칼칼함을 느끼지 못하는데 먹고 나면 은근히 콧등에 땀이 맺힌다. 텁텁함이 없고 개운하다.

보통 수구레를 삶게 되면 뜨는 기름이 이곳에서는 없다. 그만큼 수구레 손질에 정성을 다한다. 수구레는 센 불에 오랫동안 삶는데 삶는 동안 기름기를 제거하면서 세척과 손질을 계속해야 한다. 또 세척과정과 불의 세기와 삶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숙련된 기능이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수구레를 한번 삶아서 기름제거 등 일일이 손질을 한 다음 더 삶아 지방을 제거하는 정성으로 국물에 느끼함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런 국물은 소주한잔도 생각나게 만들지만 술국대용으로도 괜찮다. 국물에 라면사리를 넣어도 좋고 밥을 볶아도 맛있다.

풍년식당 전경
풍년식당 이정의 할머니

밑반찬은 겨자소스와 동치미 깍두기가 나온다. 특히 동치미는 옛날 전통의 맛이다. 사다 쓰는 게 없이 모두 만들고 담아서 쓴다. 특히 고춧가루 등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만 사용한다. 세종시 전동면이 고향인 이정의 할머니는 팔순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직도 정정하다. 직접 조리도 하지만 서빙도 한다. 손님 테이블을 다니면서 부족한 게 있으면 알아서 더 챙겨주는 친절한 모습에 단골손님이 특히 많다. 

수구리전골. 수구리볶음(소)20000원(중)25000원(대)30000원. 오전10시-오후10시. 연중무휴. 48석. 대전시 서구 동서대로 1113(가장동 36-19)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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