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영문도 모른 채 궁 출입이 금지된 뒤 갑작스레 달려 들어온 중신들은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호위 병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서로 눈치만 살피며 숨을 죽였다. 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웅성거렸다. 숨 막히는 불안감만 조정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진왕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당에 들어와 용상에 앉자 그를 경호했던 위위가 두루마리를 가지고 진왕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진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위는 진왕의 뜻을 대신하여 노애 사건의 전모를 조목조목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장신후 노애가 난을 일으켜 역모를 꾀하려한 사실이 발각되었노라. 과인은 이를 절대 용서치 못할 극악무도한 행위로 간주하노라. 따라서 관련자를 색출하고 아울러 이들과 내통한 자들이 있다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정에서 영원히 축출시키겠노라.”

위위는 굵직한 목소리로 조정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왕명을 읽어 내려갔다. 

조정 중신들 사이에서는 연신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벌써부터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하는 이들도 있었다.

위위는 목소리를 더 높여 그 첫 번째로 상국 여불위를 지목했다.

“죄인 여불위는 듣거라. 그대는 노애와 작당하여 그로 하여금 역모를 꾸미도록 사주한 사실이 만천하에 극명하게 드러났노라. 이에 그 죄상을 물어 하남 땅으로 떠날 것을 명 하노라.”

왕명은 그를 그의 식읍이 있는 하남 땅으로 떠나게 했다.

왕명은 계속되었다.

“태후는 이런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 이를 고하지 않은 죄를 물어 태후 궁에 영원히 감금하노라.”

왕명이 전해지자 상국 여불위는 얼굴빛이 샛노랗게 질리며 길게 탄식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살아서 궁을 나가도록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여불위의 얼굴빛을 살핀 많은 중신들이 한기 들린 사람들처럼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서서 오줌을 지리기도 했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도 부지 기수였다.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졸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왕명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조당을 차지하고 있던 중신들은 물론 내궁의 환관들과 심지어 궁지기들까지 죄목과 이름이 거명되었다.

진왕은 위위의 호명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곧이어 위위의 명이 떨어졌다.

“조당에 있는 죄인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밖으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우르르 몰려든 병사들이 웅성거리던 중신들 가운데 이름이 거명된 자들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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