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구호와 청사진만 있고, 실행전략은 미비

4차 산업혁명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 어젠다에 대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권선택 대전시장이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통령선거 수혜주로 키워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구호와 청사진만 난무할 뿐,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전의 과학기술 인프라가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연계할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지방정부의 실행능력 또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선택 시장은 지난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라 정치권 유력 대선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며 “대전은 대덕특구와 카이스트 등이 있고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성과확산을 위한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간부직원들에게는 “대전이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고, 전담팀을 가동해서 대처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권 시장의 이 같은 지시는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일정한 교감 속에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7일 대전방문 당시 “대전을 다시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며 “4차 산업혁명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는 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8일 창비주간논평 기고문에서 “박근혜정부의 자멸적 붕괴로 대선이 앞당겨져서 국가비전에 대한 토론과 정책경쟁이 실종될까 걱정스러웠던 터”라며 “4차 산업혁명 담론은 단순히 과학기술 또는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다. 이는 거대한 사회적 전환과 관련된 논쟁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며 “향후 더 심화된 연구와 논쟁을 통하여 수정·보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전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대전시가 지난 연말 개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토론회에서 이미 제기된 지적이기도 하다.

당시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대전뿐만 아니라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다. 거의 무방비 상태”라며 “국내 100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 기업이 한국의 신기술 개발 분야 수준이 중국에 훨씬 뒤쳐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덕연구단지 등 대전의 과학기술 기반이 이처럼 훌륭한데, 이를 지역산업과 연계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며 “있는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권선택 시장이 직접 나서 “대전을 4차 산업혁명의 특별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시 차원에서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 한 간부공무원은 “우리도 답답한 부분이 있다. 한 번에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는 속내를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시는 물론 출자·출연기관까지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도출하고, 테마를 정리하는 작업 중”이라며 “이후 전문가 그룹 검증을 받아서 수정보완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초보적 논의단계라는 의미다.

구체적 실행방안과 로드맵이 없는 대전의 '4차 산업혁명' 청사진. 빈수레만 요란하게 굴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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