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여론과 정치] 문재인 대세론, 위협하는 복병들

여론조사를 믿어야 하나? 4.13 총선, 브렉시트와 미국대선에서 보듯, 세상의 방향을 좌우하는 큰 사안에 여론조사는 최근 바보가 되었다. 미리 예측하고 확률을 높여 대응하고자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정반대에 서있었던 민심을 예측하지 못해 오히려 세상을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숫자가 주는 마력 때문일까? 그래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여론조사에 눈을 돌린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조사자료를 유심히 읽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의문과 고민에 빠지게 한다.  

현재 진행되는 각종여론조사의 응답참여율은 10%전후다. 이는 응답자 정치성향과 일반 유권자 정치성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조사결과, 응답자구성은 여권지지후보 20%, 야권지지후보 70%전후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권자지형은 30년의 선거역사속에 보수40%, 진보40%, 중도 20%로 형성되어있다. 아무리 탄핵정국이라 할지라도 유권자의 마음이 2:7로 바뀌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응답자 샘플의 불균형은 대선경쟁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

5개월의 리얼미터와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

여권지지층은 여론조사응답률이 극도로 저조하고 반기문 불출마이후 더욱 줄어 들었음이 확연히 나타난다. 탄핵이전(9월) 38.4%을 응답했으나 2월2주 리얼미터는 22.4%, 갤럽은 15%응답을 했다. 과연 여권보수진영이 20%수준으로 줄어들었을까? 아니다. 응답률이 20%전후로 줄어든 것이다.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한 정권에서 심각한 사고발생시 죄책감 등으로 여론조사응답을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숨은 보수(샤이 보수)’를 여론조사는 놓치고 있다. 통상의 우리나라 유권자지형을 토대로 보수40%, 진보를 40% 또는 50%로 재조정하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여론조사가 보인 문제점의 출발은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줄곧  선두이지만, 문재인 승리를 예단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응답자 샘플의 불균형이 크다는 점이다.

불균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두 조사회사의 추세를 여권진영과 야권진영으로 구분해서 분석해보면 몇 가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

첫째 문재인은 올들어 전체지지율 30%를 넘나들며 모든 후보 중 압도적 1위였으나, 야권지지층만 따로 분석해보면 지지층내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불출마직전 상황에 잠깐 50%를 넘었으나 이때를 제외하곤 50%를 넘지 못했다. 반기문 불출마 이후엔 야권의 45%수준이며 이나마도 하향추세이다. 대세론은 확실히 위기상황임에 틀림없다.

둘째 안희정이 중도와 보수에의 확장성을 발판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야권주자로서 야권민심의 풍향계인 호남의 안희정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안희정은 2월 10일 갤럽조사 결과 호남에서 20% 지지를 얻어 안철수(11%), 이재명(15%)을 넘어 문재인의 31%에도 상당히 근접했다.

1주일 전 갤럽조사에선 안희정 9%, 문재인 41%였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은 아직은 문재인이다. 2월 10일 같은 갤럽조사에서 안희정은 민주당을 지지자 중 20%수준의 지지를 얻어 문재인 57% 대비 현저히 열세다.

물론 지난주 대비 문재인은 7%줄고, 안희정은 7% 늘어나 가능성은 보인다. 내부 경선을 치러야 하는 문재인과 안희정에겐 호남과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셋째 여권지지층은 출마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 급격히 황교안으로 마음이 쏠리고 있다. 2월 2주차 리얼미터, 갤럽 모두 70%대의 여권 내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치상으론 UN사무총장을 마치고 귀국 당시에 반기문 총장에 대해 여권지지층이 가졌던 기대와 버금가는 수준이다.

유승민은 현재 보수진영의 기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1987년 대선 당시 반독재 분위기 속에서도 노태우는 36.6%을 얻어 2위 김영삼에 8% 이상의 승리를 얻은 바 있다. 누가 되든 후보가 확정되면 보수여권은 여론조사엔 숨어있더라도 투표장으론 집결 가능성이 높다. 

전체 숫자로만 보면 문재인이 현재도 대세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복병이 많아지고 있다. 호남에 안철수만 밀어내면 이길 줄 알았는데 안희정이 치고 올라온다. 보수 응답자는 대답이 없어도 너무 없고, 그나마 답하는 사람은 출마도 안한 황교안을 얘기한다. 필자는 여론조사결과를 여권과 야권으로 나눠 분석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경선이 코앞인데, 이차에 조사자체를 여권 야권으로 나눠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전체의 대세가 누구냐?’도 궁금하지만, 여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최종후보는 누구냐?’ ‘대세였던 문재인을 안희정이 꺾을 수 있느냐?’가 지금단계엔 큰 관심거리다. 황교안이 나와도 경선에서 문재인 안희정과 싸우진 않는다. 서로 트랙이 다르다. 시점에 맞는 조사방법을 택하고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여론조사도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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