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따르는 그녀의 손이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늘은 천둥 번개가 치지만 내일은 날이 맑을 것이로다.”

진왕은 혼잣말처럼 취설을 내뱉었다.

“지난세월 동안 과인은 오늘을 위해 숱한 밤을 와신상담했노라. 그 아픔을 누가 알겠느냐? 암 아무도 모르지.”

“대왕마마, 미천한 계집이 대왕마마의 깊은 심중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이까.”

“그럴 테지. 아무도 모를 것이로다. 오직 과인만이 그 아픔을 알고 있도다.”

진왕은 다시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밤이 깊어 벌써 삼경이 지나고 있었지만 진왕의 취기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흑용포에 술잔을 엎지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참동안 술상에 얼굴을 묻고 눈을 끔벅거리는가 싶으면 다시 꼿꼿하게 앉아 술잔을 기울이길 반복했다.

그때까지도 간간이 비명이 들려왔다. 궁성에서 나는 소리였다. 내궁 깊숙이 숨어있던 궁녀들이 병사들에 의해 머리채가 잡혀 끌려 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그럴 때마다 초란은 연신 문밖을 힐끔거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밤만큼은 미치고 싶구나. 술에 미쳐도 좋고 계집에 미쳐도 좋다. 또 다른 무엇이라도 좋다.”

진왕이 초란을 옆에 두고 술을 들이켜고 있을 때 내관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위위가 보고사항을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진왕은 즉시 침전에 들일 것을 명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언제 취설을 내뱉었냐는 듯 총명한 눈망울로 들어서는 위위를 굽어보고 있었다.

“대왕마마. 거사가 마무리 되었사옵나이다.”

“거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모든 것들을 내쳤다는 말이렷다.”

“그러하옵나이다. 대왕마마의 명에 따라 죄인 여불위는 그의 식솔들과 함께 함양 땅을 떠나도록 했으며 다른 자들은 죄의 경중에 합당한 처벌을 내렸나이다.”

진왕이 눈을 끔벅거리다 입을 열었다.

“다른 조짐은 없던가?” 

“궁내에는 어떤 조짐도 없사옵나이다. 아울러 각 지역의 수령들에게도 각별한 엄명을 하달하였나이다. 만약 이번 사태를 빌미로 반역의 무리들이 고개를 든다면 지역의 수령부터 머리를 벨 것이라고 일렀나이다.”

“잘 하였노라. 위위는 이리가까이 와 과인의 술을 받아라.”

위위는 무릎을 꿇고 그에게 다가가 술잔을 받아 들었다.

“우선 한잔은 지난날의 아픔을 위해 마셔라.”

“예 대왕마마. 황공무지로 소이다.”

위위가 술잔을 들이켜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다른 한잔은 우리의 영광을 위해 마셔라.”

“대왕마마 황감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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