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변인과 동행한 여의도 동우빌딩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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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울 여의도 동우국제빌딩. 안 지사의 예비 선거사무소는 이 건물 8층에 있다.

오늘은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요 며칠 마음이 참 어수선했다. 무엇이 더 중요한 줄 알면서도 엉뚱한 일에 하루를 허비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길을 나섰다.

그래도 명색이 국회를 출입하는 충청도(충청남도에 주소를 둔) 기자인데, 안희정 충남지사 대선 예비 선거사무소(캠프)를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안 지사를 소재로 한 정치 기사는 매일같이 다뤘으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 그래서 나선 길이다. 그래봐야 국회 기자실에서 나와 걸어서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안 지사의 ‘오랜 친구’이자 기자와도 인연이 깊은 박수현 대변인(전 국회의원)이 말동무 겸 안내자로 동행했다.

안 지사의 선거사무소는 서울 여의도 동우국제빌딩 8층에 있다. 건물 7층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이 있다. 박 대변인에게 농을 쳤다. ‘민주연구원’을 세 글자로 줄이면 뭔 줄 아느냐고. 그는 큰 눈망울을 잠시 끔벅거렸다. ‘민주원’이라고 했더니, 그제야 ‘씩’ 웃었다. 민주원은 안 지사의 부인 이름이다.

건물 내 층별 안내판. 7층에는 민주연구원이 있고, 8층 더좋은민주주의포럼 사무실이 안 지사의 베이스캠프다.

이 건물은 또 여러 정치인들이 선거사무소를 꾸렸던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곳에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문재인 전 대표도 2015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사무소를 열기도 한 곳이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옛 새누리당 시절 나경원 의원도 2010년 서울시장 경선 때 사무소를 이곳에 뒀다.

어느새 승강기가 8층에 멈췄다. 시간은 오후 1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 복도 앞에는 그 흔한 안 지사 홍보용 벽보 한 장 붙어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개인 컴퓨터 화면을 주시하고 앉아 일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230㎡(약 70평) 규모의 공간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책상이 오밀조밀하게 붙어있어 그런지 넓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직원들과는 간단한 눈인사만 나눈 뒤 대변인 실로 들어갔다.

상근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박 대변인은 “50명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안 지사가 민주화운동 시절과 참여정부, 도지사 선거 때 맺어진 인맥들이라고 한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총괄본부장, 박수현 대변인, 윤원철 상황실장, 권오중 기획실장 등이 실무진이다.

공보특보 총괄은 김진욱 특보, 현장 공보는 김익점 특보가 한다.

자문단은 7년 도지사를 해 오며 만나 온 각 분야별 200여명 교수진이 맡았다. 이 중에서도 30여명은 긴급 현안이 발생했을 때 자문을 받을 수 있는 ‘홈닥터(Home doctor)’ 역할을 하고 있다.

현역 의원은 3선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을 좌장으로,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과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 정재호 의원(경기 고양을) 등 초선이 받치고 있다. 안 지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 곳을 들러 참모진 회의에 참석한다고 했다.

안 지사의 오랜 친구인 박수현 대변인(왼쪽)은 이날 언론사에서 가장 처음으로 선거사무소 내부 취재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안 지사 선거사무소의 특징은 과거의 관행적인 선거본부 개념이 아닌, 실무형·기능형이라는 점이다. 상근직원 50명은 공보와 홍보, 정책과 뉴미디어 등으로 나눠 수평적으로 일한다. 무엇보다 도지사 선거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실무 인력들이 중심을 잡고, 그 아래 젊은 그룹들이 번뜩이는 구상을 내놓는다.

안 지사 지지층이 20대와 30대에서 약하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인기드라마 ‘도깨비’를 연상케 한 ‘안깨비(안희정+도깨비)’를 만든 것도, 코미디언 양세형이 진행하는 ‘숏터뷰(shot+interview)’에 출연한 배경에는 이들의 제안이 있었다.

최근 마감한 후원회장 모집은 10명을 뽑는데 35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후원회장 1호는 이세돌 9단이고, 나머지 9명은 이번 주 안으로 결정된다. 후원회 출범식은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때 반향을 일으켰던 돼지저금통의 ‘진화 버전(version)’으로 구상 중이다.

사무실 운영비 등 재원 조달은 소액기부를 받고 있는 후원금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보니 급여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는 말에 박 대변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심은 민심과 일치해야 한다는 확신과 당위성이 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감당해야 할 수권정당이다. 국민들 뜻을 받들어야지,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면 안 된다. 민심을 잡으면 당심도 따라올 것이다.”

박 대변인은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기자는 처음"이라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모처럼 따뜻했던 오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안희정 선거사무소를 나왔다. 건물 밖에는 또 다른 세상이 지나고 있었고, 잠시 바라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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