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명확한 역할 분담과 정상적인 투수 운영 절실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지난 시즌 “투수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FA로 영입된 선수만 배영수, 송은범, 권혁, 심수창, 정우람 등 5명이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송신영, 이재우까지 입단했다(물론, 반대급부로 젊은 선수들의 이탈도 있었다). 또한,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투수진의 부상 선수들을 보며 빨리 던질 투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베테랑 배영수, 안영명으로부터 신예 김민우, 김범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를 했었고 지난 시즌엔 권혁, 송창식까지도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재활을 한 선수도, 수술을 선택한 선수도 있었다. 이제 김성근 감독은 지난 2년의 과정을 곱씹으며 이번 시즌을 냉정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김성근 감독 본인도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한화이글스도 9년의 암흑기가 더 길어지게 될 것이다.

희망은 있다. 아니 희망이 보인다. 부상 선수들의 재활과 복귀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 세 번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패하기는 했지만 배영수와 이재우, 두 베테랑 투수들이 좋은 피칭으로 이번 시즌의 긍정적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하지만 어제 등판한 기대주 장민재는 아쉬운 피칭을 선보였다. 이제 전지훈련의 초반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고 연습경기의 시작점이다. 김성근 감독은 그의 구상대로 투수들을 차례대로 등판시킬 것이다. 오늘(15일)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오간도의 등판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오간도에 이은 외국인 투수 한 명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불안요소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 울며겨자먹기로 마에스트리를 선택하면서 투수진의 참사를 불러왔다. 특히, 이번 시즌은 외국인 선수에 권한을 프런트에 일임한 상황이기 때문에 프런트에서는 빠르게 외국인 투수의 영입 절차를 마무리해야 될 것이다.

이제까지 김성근 감독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난 한화이글스의 2017년 투수진을 가늠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역할 분담이다. 지난 2년 간 김성근 감독의 투수진 운영은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프로야구 초창기의 로테이션을 방불케 했다. 이번 시즌만큼은 정상적인 투수진 운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우선 선발진은 오간도를 필두로 외국인 투수, 이태양, 윤규진의 4선발 체제는 고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고정되어야 한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많은 후보들이 겨루는 양상이다. 이미 실전에 투입된 배영수, 이재우를 비롯해서 안영명, 송은범, 심수창, 송신영, 장민재 등이 후보군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배영수와 안영명이 부활해서 5선발 자리를 맡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송은범, 심수창, 장민재를 상황에 맞게 중간 불펜에서 요긴하게 등판시킬 수 있다. 물론 SK에 극강인 장민재는 상황에 따라 표적 선발로 등판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민재에 걸리는 과부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된다. 또한, 이재우, 송신영은 플랜 B로 앞서 언급된 선수들이 여의치 않을 때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오간도-외국인-이태양-윤규진-배영수(안영명)이다.

송창식과 권혁의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중간 불펜진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투입된다. 우선, 송은범과 심수창. 송은범은 지난 시즌 거의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과 함께 보호를 받았던 선수이다. 하지만 긴 이닝을 던지기에는 굴곡이 많았다. 1-2회 정도를 맡기는 역할을 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시즌 전천후로 활약했던 심수창도 올시즌 불펜으로의 역할에만 고정된다면 지난 시즌 좋았던 때의 위력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장민재를 비롯해서 이재우와 송신영 그리고 신예들인 김민우와 김재영, 김진영까지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군에서 제대한 “파이어볼러” 김혁민이 가세해준다면 금상첨화이다. 권혁이 빠진 좌완 불펜이 박정진 하나 뿐인 것이 아쉽지만 김범수, 김용주의 성장을 기대해본다. 마무리는 정우람이 맡는다. 특히 정우람도 지난해와 같은 긴 이닝을 맡는 역할이 아닌 1이닝 고정이 되어야 한다. 물론 앞선에서 위기를 자초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정우람도 올시즌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144경기의 시즌을 치르다보면 뜻하지 않은 부상도 발생하고 팀이나 감독이 원하지 않는 분위기를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유지해야 된다. 144경기를 모두 이길 수 없고 모든 경기를 한국시리즈처럼 타이트하게 치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한화이글스는 이런 분위기에서 시즌을 치렀다. 앞서 언급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하고 권혁과 송창식이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으로 복귀를 한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도 다른 팀들과 견주어 밀릴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의 철저한 역할 분담과 로테이션 확정 그리고 정상적인 투수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한화이글스에게는 희망은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과 같은 투수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한화이글스의 2017년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투수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해본다.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