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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들 눈만 보고 교육하고 싶어

김혜영 대전외삼초병설유치원 교사

편집국2017.02.17 10:12:44

노랑반 어린이들은 친구가 자기한테 잘못한 게 있다고 내게 와서 잘 이른다. “오늘은 나랑 놀기로 한 날인데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킨다. 친구가 귀를 막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는다. 나는 블록이 한 개도 없는데 누구는 4개나 있다. 친구가 나를 건드리고 지나갔는데 미안해하지 않는다…..” 듣고 있자면 정말 끝도 없다.

▲김혜영 대전외삼초병설유치원 교사

교사로서 이렇게 와서 고자질하는 아이들이 한없이 예쁘고 고맙다.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그 말을 안 놓치고 듣고 있는 것도 일상의 행복이다. 난 고자질하는 아이에게 “친구가 너한테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그 아이는 또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펼쳐놓는다.

결론은 친구가 자기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님을 눈치 챈 나는 “그럼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좋겠니?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 이렇게 말을 던진다. 서로 말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 새 고자질하던 친구는 자기가 눈 흘기던 친구와 사이좋게 놀고 있다.

난 유치원 교사다. 이런 과정을 날마다 겪으면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굳게 믿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한글, 영어 알파벳, 구구단 외우기가 우선순위에 들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유치원 교사로서는 아이에게 현명하게 고자질을 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

유아교육 질 떨어뜨리는 교육부의 제4주기 유치원 평가계획

문제는 이렇게 날마다 23명의 아이들이 갖가지 이유로 친구가 잘못했다고 이르고 교사는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수많은 ‘행복한 불평’을 들어주는 교사가 일에 치여 아이들 말을 잘 받아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제4주기 유치원평가 때문이다. 77개 항목을 평가하겠다며 엄청난 양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무려 7시간이나 유치원 현장방문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난 평가위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교육활동 사진을 찍어서 정리하고, 불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게 정말 싫다. 그 시간에 우리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데 평가업무에 치여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한 번 와서 교사들 책상을 살펴보면 기가 막힐 것이다. 교사들이 지난 3주기(2014~2016년) 유치원 평가를 준비하면서 만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량평가와 현장방문 평가는 유치원 교사가, 우리 아이들이, 우리 학부모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지 알지 못한다. 겉모습만 보고 7시간 동안 ABCD 등급을 매기는 것은 가히 폭력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은 아이들과의 살아있는 만남이다. 만나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이 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지 못한다면, 내가 교단에 서 있는 존재이유가 사라지고 만다. 우리 유치원 교사들은 평가위원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원치 않는다. 정말 아이들 눈빛만 바라보고, 아이들을 훌륭한 인격체로 키워내는 일을 하고 싶다. 이 소박한 바람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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