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청산" 강조하며 '호남 결재용' 시각 비쳐져

지난 주 안희정 충남지사 일정은 ‘충청 행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충청권 지지율이 자신의 전체 평균 지지율을 상회하지만, 마음 놓을 정도는 아니란 판단에서다. 즉, 안방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 지사는 지난 15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중앙회 신년교례회 축사에서 “일제 강점기서부터 충청도는 충절의 고장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언제나 제일 앞에 서서 승리할 때까지 독립을 위해 싸웠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함께 싸웠다. 그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향수(鄕愁)를 자극했다. 

'충청 행보' 집중..지역 향수 자극하며 지지 호소

그러면서 “제 도전에 향우회원들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우리가 꿈꾸는 충청대망론, 그걸 뛰어 넘는 ‘대한민국 대망론’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튿날(16일)은 충남 홍성군 장곡면 농촌종합개발사업 현장인 오누이권역을 찾았다. 협업농장 및 마을 사업 추진 현황을 살피고, 청년 농업인들과 농업·농촌의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10년 충남도지사 당선 이후 역점 적으로 추진해 온 3농(農)혁신에 대한 성과와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17일에는 충북을 찾았는데, 대선정국에서 첫 공식 방문이었다. 안 지사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지역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충청대망론'을 언급하며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충청대망론이 영남과 호남에 대응하는 지역주의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정치는 이제 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주의 경계하던 安, 안방다지기 나선 까닭

안 지사는 지난 17일 대선정국에서 처음으로 충북을 방문했다. 충북 오창산업단지 내에 있는 제약업체

사흘 연속 이어진 안방 다지기 행보에서 안 지사가 유독 강조한 부분은 ‘충청대망론’이다. 그동안 안 지사는 ‘충청대망론=지역주의’ 프레임을 경계해 왔다.

안 지사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지난해 9월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당시 그는 “지역과 고향, 친노와 친문도 뛰어넘겠다고 했는데, 충청대망론 자체를 비판하는 건가”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충청대망론은 새로운 통합과 미래를 향한 지도자를 지역에 가두는 어법이다. 그 어법에 동의하지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때만 해도 안 지사의 지지율은 3~4%에 불과했다. 이를 의식한 행보인지 몰라도, 안 지사는 도지사 업무 외에 충청권 행보를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공식 대선 출마 선언도 당초 예상했던 세종시가 아닌,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서울 대학로 극장을 택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안 지사 지지율이 2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지사 지지율은 22%로 지난주보다 3%포인트 올라갔다. 문 전 대표(33%)와는 11%포인트 차. 특히 충청권에서는 안 지사가 34%로 문 전 대표(24%)를 10%포인트 앞섰다.

"호남에서 충청 압도적 지지 받아오면 지지 검토" 

한국갤럽 2월 3째주 여론조사 결과표. 안 지사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충청과 호남 지지율이 대조적이다.

하지만 호남 상황은 다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은 문 전 대표가 32%, 안 지사가 21%다. 서울에서는 안 지사는 22%로, 35%의 문 전 대표에 13%포인트 졌다. 수도권인 인천·경기도 문 전 대표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쳐졌다.(문재인 36%, 안희정 2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이렇다보니 안 지사는 충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만 호남 표심을 흔들 수 있고, 그 힘을 받아 수도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주 충청 행보도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6일 국회 당대표실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주 호남에 가서 여러 가지 희망도 보고, 과제도 확인했다. 어제는 충청향우회 가서 축사했고, 내일은 충북 일정을 갖는다. 지난주 호남 이어 이주 충청 안방 다지기라는 언론인들 분석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애초 영남도 대통령을 하고, 호남도 했으니, 충청도 대통령도 해보자는 충청대망론 규정을 거부했다. 오히려 지역주의를 청산하는 것이 새 정치고, 젊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럼에도 충청의 의미는 크다. 호남은 충청이 안희정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면 (안 지사에 대한 지지를)고려해 본다는 입장이다. ‘충청’의 의미는 호남 지지를 견인하고, 나아가 수도권 지지를 뒷받침하는 계기다. 이번 주 충청에서 그런 얘기를 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듣기에 따라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충청권 일정이 ‘호남 결재’를 받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받아들여질 경우 지역민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남 지지 급급한 충청 행보 역효과 부를 수도"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의 조장 여론을 우려해 줄곧 충청대망론과 지역 행보에 신중했던 안 지사가 호남 지지에 급급한 충청 행보를 보인다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 박 대변인은 “(안 지사는)7년을 한결같이 충청도민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10개월 연속 광역단체장 지지율 1위로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충청대망론에 대한 안 지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청대망론을 지역주의로 단정할 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 영호남보다 홀대받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로 봐야 한다는 소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충청대망론을 과거 영호남 패권 같은 지역주의 정치로 보는 충청인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안 지사 스스로 지역주의라는 프레임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충청이 안 지사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불균형의 균형을 바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다음 주 호남(24일 전남, 25일 전북)을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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