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모호한 화법 거듭하면 국민 신뢰 못 얻어

안희정 충남지사의 모호한 화법이 자주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보다 분명한 화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 여성위원회 축사를 위해 참석한 안 지사가 취재진과 일문일답하고 있다.

‘안희정 씨는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대중정치 현장에서 함축적이거나 중의적인 생각을 자주 말하는 게 문제다. 1시간짜리 강연이나 대화라면 상관없지만, 정치에선 그런 표현은 안 좋은 버릇이다. 말의 진의가 모호하고 해석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이들이 서로 다르게 알고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관련 기사 댓글

툭하면 터지는 발언 논란, 그때그때 해명만 할 건가

지난 19일 부산대 즉문즉답 현장에서 나온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정치하려고 그랬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한 말 때문이다.

안 지사 측 제공 영상을 보니 청중들은 그의 발언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박수를 쳤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안 지사가 반어법적 비판을 한 것이다. 현장 분위기를 모르고 텍스트만 보면 오해할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안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것이 저의 진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확산됐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조차 “너무 나갔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2일 안 지사의 ‘대연정(聯政, 연합정부)’ 발언을 복기해본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누리당도 연정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든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연정을)구성할 수 있다”고 해 논란을 불렀다.

그의 대연정 발언은 보수진영의 환영을 받았지만, 야권과 당내에서는 비판 받았다. 그러자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대연정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연정 외에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법원 영장 기각과 정부의 사드배치 합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발언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공약인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도 계승하겠다는 말도 해명이 필요했다.

모호한 화법 걷어내고 분명한 화법 구사해야

그간 안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그의 ‘화법’에서 비롯됐다는 데 있다. 그의 말은 줄곧 ‘철학적이고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하고 자극적인 단어나 말투를 피해, 에둘러 표현하다 보니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더라도 모호한 화법은 그것이 진심이든 반어법이든 듣는 사람에게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이 오르니 견제가 심해진 것”이라거나 “언론의 왜곡 보도”로 외면하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애매한 말을 해 놓고 ‘왜 말의 의도를 몰라주느냐’는 식의 해명은 국민들의 고개만 가로젓게 만들 뿐이다.

지난 해 11월 국회 충청권 기자단과 티타임 때 기자는 안 지사에게 이런 당부를 한 적 있다. “기자들 세계에서는 독자가 알기 쉽게 기사를 써야 ‘잘 쓴 기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지사님 말씀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부분을 유념해주길 바랍니다.”

물론 안 지사 자신도 의식은 하고 있을 줄 안다. 그래도 50년 넘게 써온 화법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다. 애쓰고 훈련해야 한다. 행사장에 가서 할 말을 짧게나마 미리 글로 써보고, 쓴 글은 참모진과도 상의해 보길 권한다. 그것은 곧 경청(傾聽)과도 같은 맥락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주 해명하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의 머릿속에 남기기 위해선 보다 분명한 화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안 지사에게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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