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마마. 지난해 하남 땅으로 내려간 여불위가 잔당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전갈이옵나이다.”

“뭐라?”

진왕은 결재를 하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관 조고를 굽어보았다.

“여불위가 무엇을 한다고 하였느냐?”

그는 의외로 흥분하였다. 여불위란 말에 평소의 진왕답지 않게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남에서 온 전갈을 보면 여불위의 집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들끓고 있으며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식객들과 어울리고 있다 하옵나이다. 또 그의 안부를 묻고 돌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옵나이다.”

진왕의 노기가 다시 차올랐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도전이며 잠재적 위협이었다.

진왕은 즉시 책사들을 불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대왕마마. 여불위는 죽어 마땅한 대역죄인 이옵나이다. 그러함에도 대왕마마께옵서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기에 아직도 살아 있사옵나이다. 그런데 그자가 식객들과 어울리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연일 연회를 베풀고 있다는 것은 무도한 처사가 아닐 수 없사옵나이다. 그에게 즉시 죽음을 내리시어 훗날에 다가올 화를 없애는 것이 마땅하옵나이다.”

한 책사가 말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책사들이 입을 모았다.

“여불위를 하남 땅에 내버려 두신다면 훗날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옵나이다. 그를 죽여 없애는 것이 화를 없애는 것이기에 간청하나이다. 부디 그자를 거열형에 처하시옵소서.”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기미가 보이지도 또 역모를 꾀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거열형에 처한단 말이오? 그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 생각되는구려.”

진왕이 말했다.

“그렇지 안 사옵나이다. 대역죄인 여불위가 식객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것은 역모를 꾸미고 있음 이옵나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많은 식객들을 불러 모아 매일같이 연회를 베풀겠나이까. 그자를 그냥 둔다면 훗날 큰 화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옵나이다. 따라서 여불위는 죽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책사들의 의견이 여불위를 죽여야 한다는데 일치하고 있었다.

진왕은 고민스러웠다. 일찍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불위는 자신의 생부가 아니던가. 차마 입 밖에 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여불위에 대한 책사들의 뜻을 알았으니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내리겠노라.”

진왕은 이렇게 말하고 책사들을 물렸다. 

진왕은 그날 늦은 밤까지 편전을 나서지 않았다. 책사들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식의 도리로서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고 보는 것도 문제였다. 만에 하나 여불위가 역모를 꾸민다면 승산이야 진왕 자신에게 있겠지만 또 얼마나 많은 군신들이 다쳐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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