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32>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선 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후보들이 앞 다퉈 교육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 조직적으로 비리와 부정이 개입된 것을 본 국민들의 공분이 컸기 때문에 교육개혁을 바라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그 어느 때보다 이번 대선에서는 교육문제가 크게 주목 받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도 교육개혁 필요성을 더한다. 증기와 전기, 인터넷을 기반으로 1~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된 사물들이 연결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혁명이다. 국가 주도로 정형화된 인재를 키우는 현행 교육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대선 주자들 교육부 폐지·사교육 폐지·외고 자사고 폐지 등 공약 내놔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대선 주자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혁신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교육단체들은 교육부를 해체하는 대신 교육주체와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하고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부 개혁과 교육체제의 전면 혁신, 현장중심의 교육자치 실현 등을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대선 후보 가운데 교육개혁을 가장 강조하는 사람은 교수 출신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로 그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초·중·고등학교 학제를 현행 ‘6-3-3'에서 '5-5-2'로 전면 개편하자고 했다. 진로탐색학교나 직업학교 2년 과정을 신설함으로써 일찍 취업하려는 학생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는 이점도 있겠지만 현실성 측면에서의 효과는 미흡해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육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처의 존폐를 흔드는 상황이 반복되면 국가의 장기 플랜을 세우기 어렵고 조직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어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부 폐쇄와 축소를 주장하기 전 현장에 기반한 구체적 혁신공약이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

보수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구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획기적인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사교육의 금지 또는 폐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오히려 음성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내걸었지만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반짝 인기에 기댄 포퓰리즘 정책으론 교육개혁 실패

후보들의 공약을 요약하면 교육부 폐지를 비롯해 서울대 폐지, 사교육 폐지, 특목고 폐지 등 파격 정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수능제도 변화, 특목고 폐지, 사교육 폐지 같은 것들은 교육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와 불안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 교육부 폐지문제도 단순 공약으로 출발할 게 아니라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AI) 로봇이 2020년까지 전 세계 700만개가 넘는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고등학생을 밤 10시, 11시까지 모아 놓고 야간자율학습 시키고 서열화하는 우리 교육은 분명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의 교육개혁이어야 하는데 반짝 인기에 기댄 포퓰리즘 정책으론 곤란하다.

국민들이 느끼는 교육에 대한 답답증을 시원하게 뚫어줄 혁신적 교육공약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성과 구체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을 하루아침에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개선책과 대안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파격 교육공약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실행 가능한 공약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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