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재판부, 2차 압수수색 서류 증거인정

권선택 대전시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파기환송심에서 권 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 판결 선고 결과.

권선택 대전시장이 대전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시장직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소위 '독수독과'가 배제된 일부 문건이 결정적인 유죄 증거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수독과(毒樹毒果)란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위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독과)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권 시장 사건에서도 줄곧 쟁점이 돼 왔던 것으로, 발단은 검찰이 수사 초기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하 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검찰이 처음으로 포럼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14년 9월 25일(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45분까지)이다. 

당시만 해도 검찰은 권 시장 캠프에서 전화홍보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검찰은 포럼 사무실과 함께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도 압수수색했다. 당시 대전사랑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이 권 시장 캠프 조직실장인 조모씨였기 때문.

검찰은 1차 압수수색을 통해 포럼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서류 및 장부 30건을 압수했다. 사무실내 컴퓨터 4대와 USB 2개 내의 8628개 파일도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했다. 또 조씨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외장 하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도 가져갔다.

문제는 검찰이 포럼에 대한 1차 압수수색에서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피의 사실 내용과 다른 별개의 자료까지 압수했다는 점이다. 캠프 차원에서 금품 살포와 관련된 자료만 압수했어야 하지만 검찰은 포럼에 있는 모든 자료를 압수했던 것.

검찰은 1차 압수수색을 통해 금품 선거에 대한 정황 이외에 유사 선거기구인 포럼을 설립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포착했다. 그러나 불법적인 사실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반환키로 결정했다. 법원에서도 반환을 요구했었다.

그렇게 포럼 자료를 반환한 것이 지난 2014년 10월 8일(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1시까지)이다. 1차 압수수색 이후 2주 가량이 지난 뒤였다. 검찰은 포럼에 대한 자료를 반환한 뒤 추가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제2차 압수수색을 통해 포럼과 관련한 자료를 재차 압수했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권 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 포럼이라는 유사기구를 설치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였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와 회비 명목으로 67명으로부터 1억 5963만여 원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권 시장을 기소했다.

권 시장 측은 검찰 수사나 법원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1차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은 포럼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른바 독수독과를 내세운 것이다. 

1심 법원 공판 과정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증거 능력을 거부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고 2차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위법성이 치유됐다며 적법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권 시장과 검찰간 독수독과 공방은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 1심 법원은 권 시장측 주장대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독수독과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이외에 검찰이 김종학 전 보좌관 등 권 시장측 인사들의 이메일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대한 별도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대해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해 권 시장을 유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권 시장측이 독수독과라고 주장했던 자료 중 일부를 증거로 인정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사진은 파기환송심 양형 참작 사유.

그렇다면 대전고법 파기환송심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지난 16일 판결을 통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대전고법 제7형사부, 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독수독과 증거 중 일부를 증거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와 다른 해석을 한 것이다.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한 증거는 2차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서류들이다. △2013년 행사 계획안 △2013년 실적보고 △일일대전여론보고서 △K.S SNS Project △2014 TFT 기획안 등 5가지 문건이 그것이다. 

이 문건 중 일일대전여론보고서는 그날 그날의 대전지역 여론 동향, 특히 2014년 대전시장 선거와 관련한 각 정당 후보군들의 움직임들이 기재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4 TFT 기획안은 포럼 사무처장이 기획전문가에게 부탁해 작성한 것으로 2014년 대전시장 선거 준비를 위한 전체 로드맵이 담겨 있는 자료다. 검찰이 권 시장의 혐의를 특정한 데 결정적인 자료로 내세웠던 것도 이 문건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들 5개 서류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한 이유에 대해  "2차 압수영장에 따른 집행으로 종전의 증거수집절차상 흠과의 인과 관계가 희석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적시했다.

또한 "증거물(서류)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적법 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라는 게 재판부의 증거 인정 이유다.

재판부는 1차 압수수색 압수물과 2차 압수수색에서 압수한 파일 등 전자정보, 그리고 1심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던 임의제출물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유독 서류로 압수된 문건 5개 대해서만은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증거를 토대로 "포럼은 실질적으로 피고인 권선택의 정치활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됐고 포럼의 활동과 그 인적 물적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특별회비를 수수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물론, 재판부가 5개 자료만을 기초로 권 시장의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1심 재판부처럼 이메일이나 SNS 자료 등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권 시장의 유죄를 판단했지만 독수독과 증거 중 서류 5건 만을 증거로 채택한 것은 두고 두고 뒷말이 나올 개연성이 짙어 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권 시장 변호인단은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독수독과 관련 판단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권 시장의 운명을 가를 중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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