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무릎을 꿇고 왕명을 받기 위해 숨을 죽였다.

사자는 자신이 가지고 온 진왕의 전지를 빼들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죄인 여불위는 들어라. 과인은 그대에게 10만 호의 봉읍을 내렸고 상부로 존칭하였노라. 그대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서도 무엇이 부족하여 노애로 하여금 난을 일으키도록 사주 하였는가? 그때 과인은 그대를 죽이려 하였으나 하남으로 내려가 근신하도록 조처했도다. 그러나 그대는 후회하고 근신하기는 고사하고 열국과 연락을 끊지 않으니 이것이 과인에 대한 보답인가? 그대는 일족을 데리고 변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여생을 마치도록 하라.”

졸지에 전지를 받은 여불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변방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죽으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지난 일들을 되씹을 때마다 피눈물이 솟구쳤다.

여불위는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슨 계책을 편다 해도 이미 때가 늦은 것은 사실이었다.

여불위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임금이 나에게 이렇게 박절할 수 있단 말인가?”

늙은 호랑이의 포효 같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은 이제 이빨이 무딘 호랑이였다. 천하를 호령했던 그 기백은 사라진 뒤였다. 빈객들이 자신을 부추겼지만 자신감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재산을 다 털어 선왕을 도와 왕위에 올려 모셨다. 진나라의 종사를 위하여 나보다 더한 공로가 있는 자가 또 누가 있단 말인가. 태후로 말하자면 내가 데리고 살며 사랑하던 애첩이었으나 나는 애첩마저 선왕에게 바쳤다. 그때 그녀가 포태 중이었으니 지금의 임금은 내 아들인데 나에게 이토록 모질게 한단 말인가?”

여불위는 엎드린 채 울부짖었다. 그를 따랐던 빈객들도 노객의 울음에 서러움이 북받쳐 하나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여불위의 집은 갑자기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여인네들은 집안에서 자식들은 문객들 사이에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빈객 왕의가 말했다.

“상국폐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할지라도 말씀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이곳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함양궁에서 내려온 사자도 있사옵니다.”

하지만 여불위는 개의치 않았다. 도리어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구차스럽게 살기를 원하는 줄 아는가? 나는 장사꾼으로 진나라를 가로채려고 음모를 꾸몄고....”

왕의가 다시 여불위의 앞으로 다가섰다.“상국폐하.....”

목소리를 낮출 것을 간청했다.

“알겠네.”

여불위는 크게 탄식하며 한참동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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